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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수로 공사장 '우즈벡 인력투입'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현장에 제3국 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북한측의 파업으로 인한 공사 차질을 더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정부가 46억달러의 공사비 중 70%인 3조5천4백20억원을 떠맡고 있는 터에 북측이 난데없이 임금 인상(1백10→6백달러)을 요구해 공사를 10개월이나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남한 근로자는 2천~3천달러씩 많이 받는데 왜 북한 근로자는 적게 받느냐" 는 게 인상 요구의 이유였다.

KEDO측도 "북한 근로자 임금은 현지 물가를 감안할 때 결코 싼 게 아니다" 고 지적했고 공사 주계약자인 한전과 함께 "연간 2.5% 이상 인상 불가" 원칙을 들어 북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가 완강하자 KEDO측은 1백60달러선을 제시하고 통근버스 제공 등 '당근' 을 내놓았으나 사태는 장기간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측이 버틴 데는 무엇보다 경수로 공사장의 임금이 향후 개성공단 공사 등 대북 사업의 준거(準據)임금이 된다는 한국측의 고려가 작용한 때문이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낮은 임금' 을 투자유치 등의 유인(誘引)요소로 활용하기보다 이처럼 당장의 달러 벌이에 급급하면 경쟁력을 잃을지 모른다" 고 딱해 했다.

당장 올해 초 북한 근로자 1천여명을 투입해 공사를 본격화하려던 것에 차질이 생겨 북한측에 손해가 생겼다.

어쨌든 3월 초순 2백50명의 우즈베키스탄 인력이 순조롭게 투입되면 현재 부지 공사를 마무리하고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인 경수로 건설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측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인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고 말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경수로 완공 일정이 당초 2003년에서 4~5년 가량 늦춰질 게 분명한 데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화전(火電)대체' 주장이 높아져 신경이 곤두선 북한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표시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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