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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까지 손대는 조폭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 1월 초 미국 마약청은 멕시코에서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향하던 국제 특송화물 속에서 히로뽕을 발견했다. 누군가 48.2g의 히로뽕을 사진 앨범에 넣어 포장한 것이었다. 미국 마약청은 이를 바로 압수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나라의 대검찰청 마약과에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마약 유통 경로를 잡아낼 수 있는 기회로 봤던 것이다. 한·미 양국의 마약 수사 당국은 공조하기로 했다. 마약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놔두고 누가 이를 받는지를 감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로부터 2주 뒤 마약 수사관들은 한국으로 건너온 마약을 받던 폭력조직 동대문파 행동대장 출신 서모(48)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화물 이동 경로를 주시하며 열흘 동안 잠복 수사를 펼친 결과였다. 검찰이 서씨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이번 마약 사건의 주범은 LA 한인 폭력조직 출신의 문모(40)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문씨는 미국에서 2001년 강제 추방된 뒤 지난해 10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멕시코에서 제3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히로뽕을 몰래 들여왔다.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는 미 마약청과의 이번 공조 수사로 서씨 등 마약 밀매 조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지명수배했다고 1일 밝혔다. 달아난 문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마약 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 46명을 구속하고 히로뽕 307g과 대마 484g을 압수했다.

이번 수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조직 폭력배들이 마약 밀거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중앙지검 김영진 강력부장은 “최근 불법 오락실과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국내 조직 폭력단체가 새로운 자금줄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야쿠자 스미요시파, 천호동 구 사거리파, 울산 남목파 등 조폭 출신 9명이 이번 마약 밀수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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