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2층버스’ 부산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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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붕 없는 2층 버스(사진)’가 다음 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 등장한다.

부산시는 관광객 시티투어용으로 지붕 없는 2층 버스 2대를 들여오기로 하고 현재 독일 MAN사의 버스를 중국에서 우리 기준에 맞게 제작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버스는 태종대·해운대·낙동강 등 자연풍광이 뛰어난 곳을 둘러보는 노선과 도심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홍콩·상하이·도쿄 등 지붕 없는 2층버스를 운행 중인 해외 도시보다 부산의 여건이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도시는 아열대성 기후로 비가 오거나 더운 날이 많지만 부산은 비가 적고 연평균 기온이 섭씨 14도여서 2층 버스가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없는 2층버스지만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 부산시가 이 버스 도입을 추진한 것은 2008년 말. 지붕 있는 2층버스 4대를 2006년 8월부터 운행해 지역 명물로 만든 경험을 토대로 지붕 없는 2층 버스가 새 관광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지붕 없는 2층버스를 위한 특례(예외)를 인정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 기존의 자동차안전기준은 자동차를 벽과 지붕으로 막힌 구조로 상정해 놓고 여러 기준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지붕 없는 2층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 했다.

특히 버스의 실내 높이 규정이 걸림돌이었다. 안전기준은 승객들이 서서 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버스 실내 높이를 성인 키 높이인 180㎝로 정해 놓았지만 지붕 없는 2층버스는 이 기준을 맞출 수 없었다. 1층까지 180㎝로 하면 전체 객실 높이 360㎝에 바퀴 높이를 합치면 차체 높이가 4m를 넘기게 된다. 외국은 2층 버스 높이를 4.2m까지 허용하지만 우리는 육교·터널이 많아 4m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 공무원들이 몇 차례나 국토해양부의 담당자를 찾아가 설명하고 10여 차례 전화로 재촉했으나 국토해양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부산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6월 홍콩·상하이·도쿄 등으로 출장가 지붕 없는 2층 버스를 직접 타보며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2층은 180㎝로 그대로 두고 1층은 165㎝로 낮추는 것이었다. 1층에는 승객이 거의 타지 않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눈·비가 오거나 경사가 심한 도로와 커브길에서 승객들이 위험하다는 등 국토해양부가 지적한 문제점도 해외 조사결과를 토대로 설득했다. 비가 올 때는 비옷을 나눠주고 시속 20∼40㎞로 운행하고, 정류장 주변 가로수를 정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김현재 부산시관광사업개발담당은 “자치단체는 새 교통수단을 도입하려 해도 정부는 안전을 우선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댄 결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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