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외곽 신도시 건설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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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천년의 도시' 경주에 세우려던 경마장부지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사적지 보존 결정이 지난주 내려진 가운데 이 곳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선 경주 외곽과 함께 대구.울산.포항을 한 데 묶는 신도시권역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옛 경주의 도시 권역에 관심을 쏟아 온 이탈리아 베네치아대 김석철(金錫澈.건축학)교수는 '문화와 나' 2월호에 낸 기고문에서 신라의 고도 경주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기록과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위성자료를 보탠 '경주 역사지도' 를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교수는 "역사는 문명의 발전으로 보존과 개발의 상충이 일어나게 마련" 이라며 "문제는 결국 이같은 상이한 두 입장을 조화하는 데서 해결해야 한다" 고 말했다.

金교수가 착안한 것은 고대 문명을 슬기롭게 보존한 외국의 사례. 이탈리아가 리도섬과 메스트레를 개발해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를 그대로 유지하게 한 점, 프랑스가 신도심인 라데팡스를 개발해 파리의 구 시가지를 보존한 것 등이 훌륭한 본보기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외국의 사례는 대부분 구도심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어 현대 도시의 개발수요를 신도시에서 수용해 문화재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 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공통점이다.

金교수는 이에 따라 경주 인근의 울산과 포항.대구를 모(母)도시로 하는 통합 신도시 개념으로 도시개발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경우 새 경주는 네 도시의 통합신도시에 해당하지만 원래의 경주를 보존하자는 차원에서 신.구 경주를 적정한 거리로 떨어 뜨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金교수는 "원래 경주의 주민들을 새 경주에 이주케 할 만큼 도시규모를 확보하면 새 도시를 살리면서도 효과적으로 천년 도시인 옛 경주를 보존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새 경주는 옛 경주의 권역을 모두 포괄하게 되고 아울러 대구와 울산.포항도 '천년' 이라는 시간과 함께 커다란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통합 신도시는 천년 고도 경주를 배후지로 갖춰 문화적인 유산을 승계하며 아울러 대구의 섬유산업, 포항의 제철, 울산의 석유화학 및 기계공업을 두루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경주를 중심으로 한 새 통합도시는 풍부한 역사문화와 함께 국제성도 지니게 돼 개발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金교수의 이같은 제안은 물론 현실적인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 최대의 문화유산 도시인 경주를 둘러싸고 '개발과 보존' 의 갈등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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