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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씨 BFC 200억달러 조성 수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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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우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은 영국의 비밀계좌 BFC에 2백억달러를 조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국내 계열사와 해외 무역법인을 총 동원한 대출사기, 해외에 유령회사를 만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고 밝혔다. 직접 계열사에 입금을 명령한 사실도 임원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 수입 위장 불법 송금〓1997년 영국 런던의 ㈜대우는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60억~70억달러의 상환압력을 받고 있었으나 자금사정 악화로 상환능력이 없었다.

金전회장은 해외 법인의 부도부터 막아야 한다며 국내 계열사가 이 자금을 마련해 송금하도록 지시했다.

金전회장이 짜낸 방법은 해외 유령회사로부터 물건을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 金전회장은 ㈜대우가 영국 런던 노스우드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로부터 러시아산 알루미늄을 수입, 미국 회사에 되파는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국내 J은행으로부터 1천2만9천6백달러를 차입했다.

J은행은 ㈜대우가 선 담보를 근거로 현금을 노스우드 인터내셔널 계좌로 송금했고, 이 돈은 고스란히 BFC로 다시 입금됐다.

金전회장은 국내 계열사를 동원한 이런 수법으로 97년 10월부터 99년 7월까지 국내 금융권에서 26억달러를 차입해 BFC에 불법 송금했다.

◇ 수출대금 미회수〓金전회장은 97년 8월 국내에 있던 李모 전무를 베트남 하노이로 불렀다.

해외 현지 법인들의 자동차 판매대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로 직접 송금하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金전회장이 먼저 국내의 ㈜대우자동차가 ㈜대우에 차를 판매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고 밝혔다.

㈜대우는 해외 판매 법인에 다시 자동차를 외상조건(DA)으로 수출한 것처럼 위장했다. ㈜대우는 해외 판매 법인들로부터 자동차 대금을 보통 1백80일 이내에 회수, ㈜대우자동차에 납부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동차 대금은 모두 BFC로 직접 송금됐던 것. ㈜대우자동차는 납금일을 3백60일까지 연장하기도 했지만 BFC로 이미 송금된 자금은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

金전회장은 97년 10월 슬로바키아의 자동차 판매 대금 1백75만달러를 BFC에 직접 송금하는 등 99년까지 모두 14억1천만달러를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에 입금했다.

◇ 해외 불법 차입〓金전회장은 ㈜대우가 세운 해외의 각 법인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이미 드러난 우크라이나 자동차 현지조립 사례 등이다.

金전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무역법인을 통해 97년부터 99년 3월께까지 1백57억달러를 빌렸다.

일본의 도쿄(東京)무역법인을 통해서는 40억엔 가량을, 프랑스 무역법인 명의로는 1천1백만 유로를 빌렸다. 이 돈은 모두 BFC로 입금됐다. 대우그룹의 부도처리 직후 해외채권단이 구성된 배경이다.

이런 자금조성에 대해 당시 대우 계열사 임원이었던 P씨는 "金전회장은 상대적으로 금융권이나 정.관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내보다는 상황이 더 다급한 해외 법인이나 생산기지의 자금 수혈.채무 상환 등에 이 돈을 쓰려고 한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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