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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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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시각장애인 역에 첫 도전하는 하희라씨와 안내견 행복이.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방영된다. 1994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http://mydog.samsung.com)가 설립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을 무상 분양한 지 꼭 10년 만이다.

SBS의 크리스마스 특집 2부작 '아주 소중한 친구'(가제)는 92년 농약통이 폭발하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전숙연(46.여)씨의 '막내 아들'이 돼 7년 동안 사랑을 베풀다가 암으로 숨을 거둔 안내견 토람이의 얘기다. 전씨는 고향에 가족을 두고 외로운 서울 유학 생활을 토람이와 함께 견디며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특수교사 자격증을 딴 뒤 한빛맹학교 교사로 가족과 함께 새 삶을 살고 있다. 토람이와 전씨의 애틋한 사연은 연말 책으로도 묶여 나온다.

20일 오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잔디밭에서 전씨와 주연 하희라(35)씨, 50여 마리의 안내견 중 오디션을 통해 토람이역으로 뽑힌 행복이를 만났다.

"6개월 동안 1인극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 무대에 서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말까지 쉬려 했는데…. 토람이의 얘기를 읽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이건 무조건 내가 해야 해'라고 결심했어요."

전씨처럼 손을 통해, 마음으로 보고 싶어서 '연기 생활 24년간 가장 특별한 상대역'을 눈가리개를 하고 처음 만났다는 하씨. 이제 세 번째 만남인데도 행복이에게 '눈'을 맡긴 채 계단과 장애물이 있는 연습 코스를 성큼성큼 빠른 속도로 걷는다. 언뜻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듯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안내견과 함께 어디나 성큼 걸어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법은 공공장소에도 안내견을 동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전씨는 국립극장.경찰서 문앞에서 발길을 돌린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택시 승차를 거부당한 것도 부지기수.

"덩치는 크지만 잘 훈련받아서 얼마나 순한대요. 이것 좀 보세요." 하씨가 사료를 먹고 있던 행복이의 밥그릇 속에 손을 쑥 집어넣는다. 으르렁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머리를 살짝 돌리는 행복이.

"드라마를 보시면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부디 두 사람의 바람이 이뤄지길.

용인=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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