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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소요산역장 부부 매일 수백명에 한방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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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31일 오후 2시20분쯤 경기도 소금강으로 불리는 동두천시 소요산 자락에 위치한 경원선 소요산역 대합실.

소요산 국민관광단지에 놀러왔던 10여명의 관광객들이 의정부나 신탄리행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연탄 난로가에 둘러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고 있다.

10평 규모의 간이역 대합실은 기차역이라기보다 시골 카페같은 분위기다.

이 역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간이역의 독특한 인상과 함께 민간역장 이상순(李相淳.63.동두천시 동두천동).김재숙(金在淑.57)씨 부부가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이들 부부가 지난해 1월 역 관리를 맡은 이후 승객들에게 무료로 '사랑의 한방차' 를 대접하고 있는 것.

"한 시간에 한 편 꼴로 오는 기차를 기다리는 숭객들이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시작했습니다."

李씨 부부는 매일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10시50분까지 칡.계피.대추.생강 등을 넣어 끓인 한방차를 평일에는 5백잔, 주말에는 1천여잔씩 관광객들에게 대접한다.

한 여름에는 매일 새벽 인근 소요산 약수터에서 40~60ℓ씩 생수를 받아다가 승객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사랑의 한방차' 비용은 한달에 15만여원. 승차권 위탁판매를 통해 매달 버는 1백20만원의 10% 정도를 고객들을 위해 쓰고 있는 것.

이들 부부의 따스한 마음에 감동받은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은 다시 찾아올 때 설탕이나 칡.대추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소요산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우리 역을 이용하는 분들이 늘어나면 결국 저희들의 수입도 늘어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지요. "

27년 동안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李씨는 '소요산 역장' 생활이 매우 보람있고 즐겁다고 했다.

동두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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