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료 저축제' 보험료 편법인상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1일 보건복지부가 도입 의사를 밝힌 의료저축제도(MSA)는 건강보험의 재정조달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제도다. 우리에겐 생소하다.

이 제도는 싱가포르가 처음 도입해 전면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일리노이주 일부 지역에서도 운영 중이다.

MSA는 모든 국민에게 일반 저축과는 별도로 의료저축계좌를 만들게 한 뒤 자신의 소득에 따라 매월 저축액을 불입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현재 내는 건강보험료를 쪼개 일부는 보험료로 지불하고 일부는 개인의 의료저축계좌에 적립하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崔秉浩)부연구위원은 "MSA는 자신이나 가족 명의로 저축계좌를 만들어 가족 의료비를 이 계좌에서 사용하게 되므로 의료보험 재정에서 의료비를 부담해줄 때처럼 환자가 불필요하게 병.의원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이른바 '닥터쇼핑' 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MSA는 또 개인의 병.의원 이용률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와 달리 이용률이 높은 가입자에게 더 부담시키도록 해 부담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행 건강보험의 아킬레스건은 위험을 전가입자에게 분산시켜 가입자가 쓸데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MSA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부담해 저소득자를 도와주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MSA를 전면 시행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국민은 매월 소득의 6~8%를 자신의 저축계좌에 납부하면 이를 위탁받은 중앙적립기금이 운영한다.

이 계좌에 대해서는 은행 수준의 이자를 보장하고 이자소득은 과세되지 않는다.

崔부연구위원은 "싱가포르는 메디펀드(의료보호).메디세이브(간단한 질환.입원 대비).메디실드(중증.고액진료 대비) 등 3층 구조로 MSA를 운영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메디펀드는 정부가 전액 보조하고 국민이 메디세이브에 보험료를 내면 이 보험료의 일부가 메디실드로 간다" 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일단 싱가포르의 MSA제도를 밑그림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모델을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MSA 도입이 보험료의 이중부과나 보험료 편법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소액진료비 본인 부담제가 도입되면 가벼운 환자는 진료비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게 돼 보험재정이 그만큼 절약된다.

그 대신 고액진료비에 대해서는 보험재정이 더 많이 부담해 보험 본연의 취지를 살린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줄어들어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도움이 되고 보험재정 절감효과도 있다. 그러나 서민층의 병.의원 이용 문턱을 더욱 높이는 것이 단점이다.

소득에 따른 위화감도 문제다. 잘 사는 계층에서는 소액진료비 본인 부담액을 높여도 여전히 병.의원에 가는 데 반해 저소득층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사회단체는 이를 극력 반대하고 있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