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11초 통화도 20초 요금 … 억울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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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SK텔레콤은 다음 달 휴대전화 음성통화에 초단위 요금체계인 ‘초당 과금제’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다. 초당 과금제는 음성통화료 기준단위를 10초에서 1초로 잘게 나누는 요금제다. 이 회사가 1990년 10초당 과금제를 적용한 지 20년 만에 국내 휴대전화 음성통화 요금 기준이 바뀌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1일부터 휴대전화의 모든 음성통화료를 종전 10초당 18원에서 1초당 1.8원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가령 11초를 통화할 경우 지금까지 20초 기준으로 36원이던 요금이 11초 기준으로 19.8원으로 내려간다.

초당 과금제는 휴대전화의 일반 음성통화는 물론 영상통화·선불통화에도 도입된다. 또 집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인터넷 전화요금만 내는 유·무선 연동 서비스(FMS)인 ‘T존’에도 적용된다. 다만, 서비스에 따라 초당 요금은 다르다. 영상통화는 10초당 30원에서 1초당 3원, 선불통화는 10초당 48원에서 1초당 4.8원, T존은 10초당 13원에서 1초당 1.3원으로 바뀐다. ‘무료 통화 제공형 요금제’에도 초당 과금제가 채택된다. 월 3만5000원으로 음성통화 150분을 사용하는 ‘올인원35’ 요금제의 경우 150분에 해당하는 9000초의 음성통화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초당 과금제를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2500여만 명의 모든 고객에게 다음 달부터 일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 달에 4만원 정도의 휴대전화 요금을 내던 사람은 월 700~800원의 통화요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이순권 마케팅전략본부장은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고객은 짧은 통화를 자주 하는 가입자다. 특히 택배나 퀵서비스 등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좋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초당 과금제는 특히 통화를 연결할 때 부과되는 콜셋 비용(call set up charge) 등 별도의 요금이 붙지 않는다. 프랑스·아일랜드·폴란드·슬로바키아 4개국이 이런 순수한 초당 과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멕시코·노르웨이 등은 콜셋 비용을 부과하고, 벨기에·독일·그리스·영국 등은 별도의 기본요금이 있다. SK텔레콤은 3초 미만 통화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기존 원칙도 유지한다. 3초 미만의 짧은 통화는 잘못 건 전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90년부터 10초당 과금제를 도입했다. 처음엔 10초당 25원이었던 요금 기준이 이듬해 32원으로 올라갔다가 그 이후 계속 낮아져 2008년부터 18원이 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동통신이 서비스된 84년부터 90년까지는 지역마다 통화요금이 달랐다.

SK텔레콤의 초당 과금제 도입은 그동안 일부 소비자단체에서 이동통신 회사들이 11초를 써도 20초 요금을 받아 한 해 수천억원을 번다는 주장에 따른 조치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초당 과금제를 비롯해 가입비 인하, 청소년 요금제 개편 등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초당 과금제 도입으로 올해 1680억원, 내년 2010억원의 요금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하성민 SK텔레콤 MNO CIC 사장은 “지난해 9월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한 이후 석 달 동안 초당 과금제 전산시스템 개발과정을 거쳐 3월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고객에게 골고루 요금 인하 혜택을 줄 수 있고, 정부나 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하게 제기된 사회적 요구도 수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LG텔레콤도 초당 과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KT는 초당 과금제 도입보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 부과되는 데이터 통신료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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