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학 프리즘] 요통은 문명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선 감기 다음으로 흔한 결근사유가 요통이라고 할 정도다.

인간에게 요통은 불가피한 존재다. 굴곡과 회전 등 가장 과격하고 힘든 동작을 도맡고 있는 척추 속에 하필 뇌에서 비롯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물주는 척추에 인체 내에서 가장 강력한 근육은 물론 충격흡수를 위해 척추와 척추 사이에 디스크란 물렁뼈까지 부여했다.

문제는 갈수록 안락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앉은 자세는 선 자세보다 척추에 두 배나 많은 부담을 준다. 푹신한 의자에 드러눕다시피 앉아서 TV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쿠션이 좋은 의자에서 비스듬히 앉아 있을수록 요통이 잘 생긴다.

자동차와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걷지 못하면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지고 운동부족으로 늘어난 체중은 척추에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몸이 편할수록 척추는 고생하는 법이다. 편한 자세일수록 팔과 다리가 감당해야 할 하중이 척추에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척추엔 다소 딱딱한 바닥과 의자가 좋다. 앉을 때도 등보다 허리가 등받이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척추를 곧추 세우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자세가 척추건강의 필요조건이라면 운동은 충분조건이다. 주로 걷기와 수영을 권장한다. 여기에 틈틈이 허리를 움직여주는 맨손체조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긴 요통이나 디스크에 의한 요통이라면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동작이 좋다.

그러나 백화점 직원처럼 오래 서 있어서 생긴 요통이나 노인에게 흔한 척추강협착증에 의한 요통이라면 앞으로 굽혀주는 동작을 반복해보자.

요통환자가 저지르는 오류는 아프니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요통은 덜 움직여 생긴 문명병이다. 아프리카 토인에겐 요통이 없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