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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제2의 관절'로 행동의 자유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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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지난해 봄 산에서 추락하면서 팔꿈치 뼈가 몇조각으로 부서진 김모(남.49)씨. 고정수술을 받았지만 뼈의 손상이 심해 회복 후에도 팔꿈치가 접혀지지 않는 '뻗정팔' 이 됐다.

이때 의사가 권한 것은 팔꿈치 인공관절 수술. 김씨는 수술 직후 가벼운 동작을 시작했고, 한달 뒤부터는 평소 할 수 없었던 머리감기.운전 등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 인공관절 만족도 높아=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데는 관절의 역할이 크다.

뇌의 지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손.발의 관절이 있어야 하기 때문. 인공관절 개발은 1960년대 영국의 정형외과 의사 존찬리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에게 백작 칭호를 안겨준 인공관절은 70년대부터 확산되기 시작,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명에게 시술될 정도로 보편화했다.

현재 인공관절이 적용되는 부위는 무릎과 엉덩부위.팔꿈치. 혜민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영후박사는 "생체역학에 대한 이해와 인공관절 개발로 인체관절에 가까운 회복을 보이고 있다" 며 "20년 동안 아무런 부작용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자도 90% 정도로 높아졌다" 고 말했다.

◇ 팔꿈치 인공관절=국내에 90년대초 들어왔을 정도로 인공관절 중에는 가장 늦게 소개됐다.

도입 당시에는 성공률이 낮아 한때 의사들조차 기피했으나 시술방법과 수술후 조기운동 강화.기구 개발로 현재 환자의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1백여명의 국내 최다 수술 사례를 보유한 경희대병원 어깨관절클리닉 이용걸 교수는 "아직 인식부족으로 무릎.엉덩관절 분야보다 시술의사도 적고, 환자수도 적지만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성 환자가 증가하는 만큼 수술은 꾸준히 늘 것" 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심한 류머티즘 환자, 팔꿈치 골절 후 뼈가 잘못 붙어 '뻗정팔' 이 된 환자, 선천성 기형환자 등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상지클리닉 이석범교수는 "팔의 접힘과 굽힘이 30~1백30도만 돼도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데 팔꿈치 인공관절은 정상에 가까운 10~1백30도나 된다" 고 말했다.

손톱깎이 머리부분처럼 회전과 함께 굽힘과 접힘이 가능하고, 수술 후 근력약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 고관절(다리뼈와 엉덩뼈를 이어주는 관절) 새 기술 속속 도입=인공고관절술은 미국에서만 연 26만건의 시술이 이루어질 정도로 흔한 수술이 됐다.

최근 도입되고 있는 인공고관절술의 대표격은 관절면 치환술. 종래 인공고관절이 대퇴부 뼈의 일부와 고관절을 완전히 들어내 대체했다면 새로운 것은 뼈의 머리부위만 교체하는 식. 마치 모자를 쓰듯 머리부위를 잘 다듬고 인공관절을 씌우면 뼈와 인공관절 틈새에 관절 윤활액이 들어가 생체기능을 발휘한다.

을지병원 정형외과 이인묵 교수는 "종래 방법에 비해 많은 뼈를 보존할 수 있고, 관절면 마모가 적어 재수술 가능성이 줄어들며, 강도높은 운동이 가능해 젊은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고 말했다.

김영후 박사가 개발한 새로운 타입의 인공고관절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술. 바닥에서 일어날 때, 비탈진 곳을 오를 때 자연스럽게 힘을 받도록 한 이 인공고관절은 관절 표면에 미세한 화학코팅제를 부착, 생착이 잘 되도록 하고, 인공 머리뼈의 크기를 8개로 나눠 개인에 맞게 사용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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