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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계방산 오르면… 백두대간이 한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금새라도 흰눈을 뿌릴 것처럼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설악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나뭇가지에 걸친 눈을 흩날리며 지나간다.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눈을 헤치며 능선에 오르니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눈앞에 환상적인 설원이 펼쳐진다.정상에 다가갈수록 매서운 북서풍이 할퀴고 지나간 능선에는 상고대(나무나 풀에 눈같이 내린 서리)나 눈꽃이 눈부시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에 러셀(등산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눈을 밟으면서 나가는 일)을 하며 걷는 것은 겨울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고개에서 등반을 시작하는 산행지는 표고 차이가 낮아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선자령(대관령 ·1천1백57m) ·조령산(이화령 ·1천17m) ·노인봉(진고개 ·1천3백38m) ·함백산(만항재 ·1천5백72m) ·백덕산(문재 ·1천3백50m) ·소백산(죽령 ·1천4백40m) ·태백산(화방재 ·1천5백67m)과 함께 오대산 자락에 있는 계방산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오대산을 중심으로 계방산과 선자령 등은 바닷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부딪히기 때문에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또 내린 눈은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쉽게 녹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산은 제주의 한라산으로 1천9백50m다. 지리산(1천9백15m) ·설악산(1천7백8m)·덕유산(1천6백14m) ·계방산(강원도평창군용평면 ·1천5백77m)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만큼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운두령(1천89m)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까지 표고차가 4백88m로 낮아 초보자들도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에는 갈림길이 없어 길잃을 염려도 없다.

계방산행에서 가장 힘든 곳은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정도 지나면 나타나는 급경사 구간으로 10여분만 오르면 계방산의 전위봉격인 1492봉에 닿게 된다.

이 곳에서 펑퍼짐한 설원구간을 지나 20여분을 더 가면 정상에 닿게 된다.정상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 40여분.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북쪽으로는 홍천군 내면의 넓은 골짜기와 설악 ·점봉산, 동쪽으로는 노인봉과 대관령이 이 가물거린다.

서쪽으로는 운두령 너머로 회령봉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하산은 능선을 따라 노동리 아랫삼거리까지 내려가는 길과 윗삼거리를 거쳐 이승복 생가터로 내려가는 두가지 코스가 있다.

겨울에는 계곡보다 능선쪽에 눈이 적게 쌓이기 때문에 계방산의 남쪽 능선을 타고 노동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그렇다해도 워낙 적설량이 많은 곳이므로 하산은 경험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상에서 1275봉과 1210봉을 거쳐 노동리 아랫삼거리까지 소요시간은 2∼3시간이면 족하다. 그러나 눈이 많이 쌓여있다면 3∼4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다소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글 ·사진=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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