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사태, 미 검찰까지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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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 안전 불감증을 폭로한 내부 문건 파문에 이어 미국 연방검찰청과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도요타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리콜 사태가 민사는 물론 형사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문회를 앞둔 미 하원의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도요타는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청으로부터 지난 8일 연방 대배심에 리콜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고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지난 19일에는 SEC 로스앤젤레스 지부가 도요타에 가속페달 결함과 관련한 서류를 내라고 요구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도요타는 성명을 통해 “연방검찰과 SEC의 요구에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동차회사 리콜에 검찰은 물론 SEC까지 조사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연방검찰이 그동안 차량 결함 사고에 대한 도요타의 대응 과정에서 형사처벌의 단서를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웨인스테이트대 피터 헤닝 교수는 “도요타가 자동차 안전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 혹은 교통안전당국에 가속페달과 하이브리드 차량 브레이크의 결함에 대해 엉터리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미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도요타가 리콜 결정을 고의로 미룬 정황이 드러나면 최고 164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차량 결함과 관련해 미국에서 제기됐거나 준비 중인 민사 소송도 50여 건에 이른다. 연방검찰이나 SEC가 도요타를 기소하면 민사 소송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23일 청문회를 앞둔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헨리 왁스먼 위원장과 감독·조사 소위원회 바트 스투팩 위원장은 이날 도요타 북미법인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전자적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도요타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 의회가 도요타를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도요타가 만든 일자리가 17만2000개에 이르는 데다, 의원들도 도요타 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도요타 사태를 조사하는 미 의회 3개 위원회 소속 의원 125명 중 40% 이상이 도요타로부터 지난 10년 동안 각종 명목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정치헌금을 받았다. 도요타 직원과 대리점 주인도 개인적으로 13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일본 정부도 규제 강화=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국토교통상은 23일 “자동차 리콜 규제를 크게 강화한다”고 밝혔다. 도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의 브레이크가 불량인데도 정부에 리콜 신고서를 내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에하라 장관은 “도요타가 정부에 대해 정보를 확실하게 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세세한 결함까지 즉각 정부가 파악하도록 자동차 결함에 대한 정보수집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고위층이 도요타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리콜 사태로 판매가 급감하자 도요타는 미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자동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3~4월 중 모두 8일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뉴욕=정경민·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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