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2년] 경제·외교 박수 받았지만 국민통합 숙제 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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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은 이리로 내십시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 측 일행은 머뭇거리다 ‘핸드(hand)’라는 말에 손을 내밀었다.

“손 말고 핸드폰 말입니다.”

지난해 8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청와대를 찾았을때 본관 검색대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북측 조문단에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려면 서울 체류일정을 하루 더 늘려 기다리라”고 했다. 과거와 달라진 청와대의 태도에 북측 대표단은 당황했다. 그리고 청와대를 찾았을 땐 역시 과거와는 달리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런 광경은 남북관계 패러다임이 달라졌음을 상징한다.

이 대통령 취임 2년 동안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인식 틀의 변화)’란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인 분야가 남북관계다. 이 대통령은 “60년의 분단기간 중 1년 정도 경색되는 것은 있을 만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당하게 출발해야 한다”며 과거 10년의 모습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보수층에게서 박수를 받은 이 접근법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북핵·미사일 문제까지 겹쳐 남북관계 경색이란 그늘도 남겼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진보정권 10년과는 확연히 다르고, 때론 그 이전 보수 정권들과도 다른 MB식 모델을 만드는 데 이 대통령이 2년간 몰두했다”고 말했다. ‘선진화의 기초 닦기’ ‘대못 뽑기’로 표현된 이 시도는 박수도 받았지만, 때론 시련에 부닥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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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해결 vs 용산 사고=이 대통령은 “법과 질서만 제대로 지켜도 GDP 1%가 올라간다”(2008년 3월 법무부 업무보고), “법을 어기면 누구에게도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2008년 8·15 경축사)고 강조했다. 지난 두 정권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실감했던 보수층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법과 질서만 제대로 세워도 큰 업적”이라고 말하는 걸 이 대통령 염두에 뒀다. ‘법과 원칙’은 지난 2년간 몇 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용산 철거민 사망사고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 철도파업 땐 “법이 준수되지 않으면 앞으로 이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한 이 대통령의 단호함이 파업 종식의 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봇대 뽑기 vs 국론 분열=인수위 시절 ‘전남 영암 대불공단의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규제개혁은 지난 정권에서 박아놓은 대못 뽑기로 이어졌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임기 초 일련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좌편향 교과서 수정 등의 이슈에서는 거센 저항 때문에 문제를 제대로 시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대통령이 “양심상 도저히 원안대로는 못하겠다”며 뛰어든 세종시 수정 문제도 청와대는 ‘노무현 대못 뽑기’의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여권은 물론 국론까지 분열되고 있어 대통령과 정부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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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리더십 vs 정체된 호감도=경제위기 탈출 주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서울 유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저탄소 녹색성장 화두의 선점. 지난 2년간 이 대통령을 지탱한 것은 경제나 외교분야의 뚜렷한 정책 성과들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년간 성과 중심의 정책 리더십이 발휘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통령의 정치적·감성적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청와대 정무 라인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50%에 육박하는 국정수행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30% 안팎을 맴돌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중도실용주의 vs 미진한 통합=보수층을 기반으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와 친서민’을 꺼내든 건 궁여지책이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극심한 이념갈등 속에서 꺼내든 소위 ‘근원적 해법’이었다. 탈이념과 중도실용주의는 여권에 등을 돌렸던 중도층 일부를 규합했다. 이 대통령은 중도성향의 총리(정운찬) 임명으로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중도실용주의와 함께 이 대통령이 ‘근원적 해법’으로 강조했던 국민통합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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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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