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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탑재 토마호크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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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이 핵 탑재가 가능한 순항 토마호크 미사일(사진)을 폐기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해 온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한 뒤 최근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강력한 핵 억제력을 가졌던 토마호크 미사일이 폐기되면 미국이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 체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1991년 9월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정부 시절 미·소 대립과 냉전 해소에 따라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에서 철거됐다. 그동안 언제든지 재배치가 가능하도록 보관돼 왔으나 오바마 정부에서 폐기 방침을 정한 것이다. 토마호크의 사정거리는 2500㎞에 달해 냉전시대에는 소련에 대해 강력한 핵 억제력을 발휘했다.

일본은 언제든 재배치될 수 있는 토마호크가 강력한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비핵 3원칙’을 유지해 왔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토마호크는 해상 발사가 가능해 일본으로선 최상의 핵 억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토마호크 폐기 방침이 확정되자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핵 개발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핵우산이 더욱 절실해진 탓이다. 일본은 어떻게 새로운 핵우산을 제공해 줄 것인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폐기해도 다른 핵병기나 일반 무기로도 핵우산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최근 서한을 보내 구체적인 안전보장책을 요구했다. 그는 이 서한에서 “미 정부의 핵 없는 세상 정책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토마호크 폐기가) 일본의 핵우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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