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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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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김영세(54)라는 인물을 발견한 것은 기쁨이었다. 김영세는 시장에서 성공한 산업 디자이너다(본지 10월 18일자 2면). 그는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일컬어지는 IDEA(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에서 금.은.동상을 돌아가며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하는 '2000년 최우수 상품'을 수상했고, 최근엔 디자인 명품 메이커인 미국 애크미사에 태극무늬 제품을 납품해 당대 최고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김영세는 인격을 왜곡하지 않고 시장에서 성공한 흔치 않은 사례처럼 보인다. 시장의 요구와 스스로 닦은 인간성이 조화를 이룬 것 같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인격을 갖췄다.

그의 인간성에서 가장 큰 미덕은 상상력이다. 주위에 위축되지 않고 아이디어를 뿜어대는 힘이다. 그건 자아에 대한 긍정과 남에 대한 사랑, 치열한 직업정신에서 나왔다.

김영세는 열여섯살 때 우연히 접한 디자인 잡지에서 충격을 받고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했다. 우연을 학과 선택으로, 직업적 필연으로 이어간 것은 그의 상상력 때문이다. 디자인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당시엔 황무지 같았던 그 길을 걸어갔다.

김영세의 또 다른 미덕은 정직과 성실이다. 그는 부지런했다. 시간을 쫓아가지 않고 시간이 그를 따라오게 만들었다. 시장은 최종적으로 이런 전통적인 인간성을 선택했다. 그는 회사 직원을 뽑을 때 정직을 제일로 친다고 했다. 예감과 영감, 리서치 능력은 자기에게 정직한 디자이너가 된 뒤에나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셋째는 자신감이다. 시장은 믿음의 교환체제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시장도 나를 믿지 않는다. 시장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에게도 열등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열등감을 가능한 한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노력과 훈련으로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전환했다. (김영세, '12억짜리 냅킨 한 장', 중앙 m&b)

시장은 상상력, 정직과 성실, 자신감 같은 가치를 좋아한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덕을 키워야 함을 김영세는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 특히 배우는 학생들이 갈고 닦아야 할 심성들이다.

전영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