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농업 위기의 시대라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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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역사의 한국 농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성공한 농업 CEO로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죠."

참다래유통사업단을 통해 벼랑 끝에 서 있는 우리 농업문제에 대한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한 정운천(사진) 대표는 지난 12일 전북지역 농협 조합장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특강하는 등 농업의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국 농업 관련 기관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초청이 잇따라 사업단에는 1주일에 하루 이틀만 나와있을 정도다. 사업단은 각 업무 담당자들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일하면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율경영체제로, 이제는 그가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혼자 덜렁 잘되면 이웃과 나라가 무너질 때 함께 쓰러질 수밖에 없으니, 모두 함께 업그레이드해 잘 되자고 열변을 토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키위 묘목 판매 일을 하다 부도난 뒤 농민들한테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책임하게 발을 빼는 대신 남의 땅을 빌려 5년5개월간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면서 키위나무와 씨름하고 농민들을 조직화해 '망(亡)다래'라던 것을 '꿈다래'로 바꿔 놓았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뉴질랜드 20회를 포함해 농업 선진국들을 두루 돌면서 국제적 식견까지 갖춘 그는 농민들의 자구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선 정부가 지원해 주고 싶어도 못하고, 또 우리 농업문제가 돈을 퍼 준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다. 이제 농민과 농민 조직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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