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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국제범죄단 한국여권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해 7월 김포공항 CIQ(세관.출입국.검역)구역.

공항 당국의 눈을 피해 중국인 몇명이 '접선' 하고 있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들어온 40대 남자 세 명에게 며칠 전 한국에 와 있던 중국인 L씨 등이 접근해 노란 서류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미국 비자가 붙은 변조된 한국 여권 세 개와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표 세 장씩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L씨 등은 맞바꾼 비행기표로 중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중국 최대 범죄조직 '삼합회(三合會.트라이어드)' 의 일파인 '사두(蛇頭)' 의 조직원들. 공항에서 중국인들에게 위.변조한 여권을 넘기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1백여명을 미국에 보내주고 수백만달러를 챙겼다. L씨 등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다 최근 우리 경찰에 체포됐다.

국제 범죄조직들이 국내외에서 '대한민국 여권' 을 노리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한국 여권을 원하는 사람이 많고, 우리 여권이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용되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삼합회.야쿠자.마피아 등이 강.절취한 우리 여권을 불법체류자의 출입국이나 마약.위폐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태국 경찰은 최근 자국 내 국제밀수조직의 근거지를 급습해 한국 여권 사진 위에 덧씌우는 문양의 필름 원판을 발견, 압수했다.

태국 경찰은 그곳에서 한국 여권을 대량 위.변조해 아시아 일대에 공급한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해 초 일본에서는 중국인 등에게 위조 여권을 대량 판매해 온 야쿠자의 한국계 중간 두목이 검거됐다.

최근에는 범죄조직들이 우리 여권을 e-메일로 거래하고 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2월 중국 내 무역상들이 '한국 여권을 20개 단위로 팔겠다' 는 e-메일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여권을 집단 분실한 2백90건을 분석한 결과 범죄조직에 의한 절도.탈취 사례가 전체의 76%인 2백21건이었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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