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나진·선봉에 증권교역소 생길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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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95년 12월 서울에 온 전 북한 대성경제연합회사 영국지사장 최세웅(崔世雄 ·40)씨는 "이른 시일내 북한이 나진 ·선봉지구에 증권교역소를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성경제연합회사는 노동당 산하의 외화벌이 전담사업체다.

북한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장관급)을 역임한 최희벽의 아들인 崔씨는 김일성종합대학 독문과를 졸업한 뒤 8년간 서유럽에서 외환딜러로 활동해온 북한의 국제금융전문가였다.

-金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방중(訪中)동안에 중국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를 두 차례 방문한 배경은.

"주식거래를 통한 외화벌이를 준비하는 것 같다. 북한은 이미 88년에 '통일증권'(총 5천-6천만달러)을 발행해 조총련계 인사들에게 1인당 최하 5백달러까지 팔았지만 상환기간(10년)내에 원금을 지불못해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엔 경제난 극복을 위한 자금조성 방법의 하나로 또다른 주식거래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해외에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지.

"99년부터 체신성이 홍콩에 무역회사를 만들어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북한은 이를 모델로 삼아 주식시장 개설에 따른 준비작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국제금융 거래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관련해 인력양성은 어떻게 하나.

"북한은 런던 ·빈 ·홍콩 등지에 금융관련 회사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북한의 금융기관으로부터 파견된 사람들에게 외환중개 등을 가르친다. 대개 교육기간은 6개월∼3년 정도다. 이들이 평양으로 돌아가 금융 직원이나 대외협력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에 나선다. 하루 2시간 정도 가르치며 토요일에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현재 북한에는 3천여명이 국제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나진 ·선봉지구에 증권교역소를 세우면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 같은가.

"북한에도 외환관리법이 있지만 서울과 같은 시스템이 아니다. 따라서 합영법과 91년 한때 준비했던 '증권거래법'을 기초로 법적 장치를 새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당의 통제하에 두겠지만 외부적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할 것이다."

-증권교역소가 개방지구 진출기업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투자한 돈을 떼일 염려가 크게 줄어든다. 초창기에는 중국의 지원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래가 중단돼 기업들이 곤란해지는 경우가 없어질 것이다."

서울에 정착한 崔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8일 외환거래 전문사이트

엔포렉스(http://www.forex.co.kr)를 개설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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