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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추위' 피해 속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7일째 계속되는 혹한 속에 제주도 등 남부 지방에 또다시 눈보라가 몰아쳤다.

이 때문에 제주.광주.목포.군산 등에서는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수도관이 터지고 농작물이 얼어 죽는 피해가 속출했다.

조난 등반객 2명이 동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 공항 마비〓제주공항은 14일 오후 최대 40노트의 돌풍과 눈보라가 몰아쳐 항공기 34편이 뜨지 못해 관광객 5천4백여명의 발이 묶였다. 제주도 일원에는 15일 새벽까지 강풍주의보가 발령됐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전라도 지역도 목포.군산공항은 이날 여객기 24편이 모두 결항했고 광주공항도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4.8㎝의 폭설이 내려 항공기 14편이 결항했다.

건설교통부는 "강풍으로 2편의 여객기가 결항한 것을 포함, 이날 눈보라로 결항한 여객기가 국내선 74편.국제선 10편 등 총 84편" 이라며 "발이 묶인 승객에 대해서는 15일 임시편으로 수송토록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수도관 동파〓서울에서는 13일 밤부터 하루 동안 3천3백40가구의 수도 계량기가 동파했다.

이는 1997년 이래 하루 최다 건수.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후 발생한 동파 건수가 1만1천여건에 이르러 벌써 지난해 겨울 피해(8천18건)를 훌쩍 넘어섰다.

◇ 농작물.가축 피해〓장미재배 농가가 밀집한 충북 진천군 이월면의 奉모(45)씨는 "폭설로 비닐 하우스가 망가진 상태에서 혹한이 계속돼 6백여평의 장미가 얼어 죽었다" 고 말했다.

참외 산지인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일대에서도 비닐 하우스가 파손되거나 난방이 제대로 안돼 묘목이 동사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가축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 이수의과 이호원(李浩源.44)원장은 "함양.산청 등 농가에서 감기.폐렴 등에 걸린 돼지가 급증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사고〓13일 오후 7시30분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에서 현대중공업 직원 강호영(32).김정태(36)씨 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일행 9명과 등반에 나섰다가 강추위에 체력이 떨어져 하산하지 못하고 동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파 예방〓서울시 관계자는 "수도 계량기 동파 방지를 위해서는 계량기 보호함 공간을 헌옷으로 채우고 외부는 테이프로 밀폐해야 한다" 며 "집을 비울 때는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도 반드시 수도꼭지를 틀어 수돗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신고 전화는 국번없이 121번.

조한필.백성호.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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