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 실업자’ 삼진아웃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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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노동부 산하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의 황인근 취업지원과장은 요즘 일자리를 소개해 줘도 취업은 하지 않고 실업급여만 타려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황 과장은 “실업급여는 한 달에 최고 120만원까지 주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월 150만~160만원짜리 일을 알선하면 가려고 하질 않는다”며 “놀면서 120만원 받는 게 더 낫다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정부가 이처럼 불성실한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실업급여 수급자 중 고용지원센터에서 업체를 소개했는데도 세 번 이상 면접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만 축내는 ‘얌체족’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선진국 중에서는 덴마크에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일자리를 세 번 알선했는데도 취업하지 않으면 아예 고용보험에서 퇴출시킨다. 이렇게 되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 것은 물론 직업훈련 등 고용보험으로 시행되는 다른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노동부는 취직은 하지 않고 실업급여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10%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원하는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적는다. 하지만 고용지원센터에서 요구에 맞춰 직장을 알선해도 ‘작업환경이 안 좋다’는 식의 핑계를 대고 취업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구인업체의 항의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이나 복지와 달리 작업환경은 구체적으로 데이터화된 것이 아니어서 (직장에 안 간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직장을 소개했는데도 면접을 성의 없이 본 뒤 계속해서 실업급여를 타는 행위를 부정수급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실업급여를 자주 받은 사람은 실업급여 신청 시 관련 자료가 자동으로 전산에 뜨도록 하는 자동경보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실업급여 수급 자격에 해당되는 기간만 채우고 직장을 그만두는 위장 취업사례를 없애기 위해서다. 노동부는 실업급여를 자주 신청해서 받는 사람들은 별도로 분류해 실업급여 적격심사를 강화하고, 심사에 통과한 사람에게만 실업급여를 주는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에서 180일 이상 근무하다 회사 사정으로 실직하는 경우 근로자의 생계 보전과 재취업 활동을 지원하게 위해 지급되는 돈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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