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한파…산동네는 고립, 쇼핑센터는 인파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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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폭설에 이어 닷새째 계속된 혹한이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의 생활과 풍속도를 바꿔버렸다.

고지대 달동네는 가스.연탄.음식 배달이 안돼 사실상 고립됐고, 경기북부와 강원도에선 가스와 수도가 얼어 취사마저 어려운 지경이다.

지하 공공시설은 추위를 피해 온 사람들로 북적대는 반면, 유흥업소와 스키장엔 손님이 끊겼고 범죄.교통사고도 움츠러들었다.

◇ 얼어붙은 가스.전기〓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 S아파트는 11일 오후 11시20분부터 1개동 90여가구에 세시간 동안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밤새 떨었다. 난방기구 등의 과부하로 아파트에 들어가는 전선이 타버렸기 때문이다.

12일 아침 영하 25도를 기록한 강원도 철원지역은 가정집 LP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난방과 취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철원리 성우아트빌라에 사는 金모(42.여)씨는 "1층의 가스통 조정기가 얼어붙어 밥을 못 지었다" 며 "식당마다 오토바이 시동이 안걸려 음식배달도 안됐다" 고 말했다.

춘천시에선 폭설 이후 이날까지 1백10개의 수도계량기가 동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 고립된 산동네〓서울 안암.성북.신림.봉천동 등 고지대엔 마을버스가 1주일째 다니지 않고 있다. 서울의 고대안암병원에는 지난 7일 이후 20여명의 낙상(落傷)환자가 다녀갔다.

연탄.가스 배달이 중단된 서울 신림7동 난곡지구 최금라(60)씨는 "곧 연탄이 떨어진다" 며 걱정했다. 성북1동의 회사원 朴모(29)씨는 "노인들에게 아예 외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고 말했다.

◇ 썰렁한 스키장.카지노〓강원도 평창군 용평스키장과 보광휘닉스파크엔 평소보다 30% 정도 손님이 줄었다. 용평의 경우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간 지난 11일 야간엔 70%가 줄어든 5백여명만이 찾았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장의 경우 지난 6일 3천2백여명이던 입장객이 11일엔 1천9백여명에 그쳤다.

◇ 북적거리는 지하공간〓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은 탑골공원에서 옮겨온 1백여명의 노인들로 북적거린다.

박수돌 역장은 "많을 땐 3백명까지 모인다" 며 "갈 곳도 마땅찮은 노인들이라 흡연이나 음주만 단속한다" 고 전했다.

덩달아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 쇼핑센터나 영화관.서점.음반점.음식점도 호황이다.

◇ 카센터 특수〓철원.연천.동두천 등 강원.경기북부 지역에서는 견인업체와 카센터가 특수(特需)다.

동두천시 상패동의 D공업사에는 12일 오전에만 평소의 세배인 30여대의 고장 차량을 견인해 오거나 출장수리로 14명의 직원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공장장 김성열씨는 "부동액이 얼면서 엔진 실린더 블록이나 라디에이터가 파손된 차량이 대부분" 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진석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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