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우량기업' 확인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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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포항제철의 경영권 위협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외국인도 포철을 우량 기업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포철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선 데 대한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외국 회사와 합작.제휴한 곳을 제외한 대형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인 투자 지분이 50%를 넘어선 것은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이 대표적이다.

◇ 외국인 왜 사나〓포철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의 발길은 지난해 9월 28일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외국인 소유제한(30%)과 1인 지분한도(3%)가 없어진 뒤 사자 세력이 늘었다.

포철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10월 44%대, 11월 46%대, 12월 48%대로 높아지다가 지난 9일 처음 50%를 넘었다.

10일에도 외국인은 1백만주를 넘게 매입해 지분율이 51.4%를 기록했다. 포철의 주가는 올들어서만 80% 수직 상승했으며, 10일 종가는 9만3백원이다.

WI카증권 김기태 이사는 "올들어 외국인은 한국.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대표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며 "포철의 주가를 상당히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사자 세력이 몰리고 있다" 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포철이 외국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대상이 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포철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영을 하도록 하는데 일조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 포철의 대응〓경영권에 관한 한 포철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국인 지분이 32개국 1천1백여 주주로 널리 퍼져 있어 단체행동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포철 유병창 상무는 "장기 투자가 목적인 미국.유럽의 연기금 및 뮤추얼펀드가 주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며 "경영권을 위협할 목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식을 사모으는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

포철은 그러나 포철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특정 대기업이나 외국인이 경영권을 인수하려 들 경우 여파가 크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 주주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포철은 1999년 3월 주총에서 적대적 M&A에 대비해 전환우선주 발행 제도를 도입했다. 전환우선주는 총 발행주식의 25% 범위 안에서 발행할 수 있는데, 특정세력이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때 기존의 우호 주주에게 우선 배정할 수 있다.

포철은 또 경영권 안정을 위해 신일본제철(新日鐵)(주식 3% 보유).SK(3% 보유)등과 전략적으로 제휴해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거래 관계가 필요한 국내 철강업체.기관투자가 등과도 우호주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허의도.김동섭.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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