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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이영은양 수술대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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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엄마의 소장(小腸)을 두살 난 딸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오는 18일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다.

삼성서울병원 수술대에 차례로 오를 모녀는 한남희(韓南姬.36.경남 창원시 신월동)씨와 '터프트 장병증(장점막 이상형성증)' 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생후 18개월의 이영은양.

터프트 장병증이란 장 점막 세포간 연결 물질의 이상으로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해 설사.구토를 반복하는 질환이다.

국내에선 처음 발견됐고 세계적으로도 열번째다. 장 이식 수술 외엔 아직 치료법이 없으며, 수술 뒤에도 영은이의 생존 확률이 50%인 난치병이다.

그러나 시간을 끌수록 영은이의 상태가 위험해진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은 삼성서울병원 외과팀이 집도하고 소아과 소아소화기 전공의인 백남선(白南先.39)박사가 총괄한다.

영은이의 증세가 처음 나타난 건 백일 무렵인 1999년 11월. 설사.구토를 계속하면서 병원을 전전한 끝에 지난해 봄 삼성서울병원에서 세계적인 희귀병임이 판명됐다.

그러나 1억여원에 이르는 수술비가 없어 영양제 주사만으로 버티고 있다는 본지 보도(2000년 7월 10일자)가 나간 뒤 성금이 모여 수술이 이뤄지게 된 것.

몇몇 독지가가 1천여만원의 성금을 보냈고, 벤처기업인 ㈜패스21의 생체정보기술연구원장 윤태식(尹泰植.48)씨는 수술비와 치료비 전부를 지원하겠다며 지난해 7월 본사에 일단 5천만원을 기탁했다.

이 회사는 특히 영은이 살리기 인터넷 사이트(http://angel.pass21.co.kr)를 개설해 지금까지 3백여명의 네티즌으로부터 1천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尹원장은 "수많은 네티즌들의 정성과 응원에 감동했다" 며 아껴둔 연구비를 보태 모자라는 수술비(3천여만원)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술은 韓씨의 소장을 1m 가량(성인의 소장길이는 4~5m) 잘라내 영은이의 소장에 연결하는 방식. 白박사는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수술 뒤 한달 동안은 영은이에게 거부반응이나 감염 증상이 올 위험이 커 최대 고비" 라고 말한다. 그는 "이 고비를 넘기고 5년 만 버텨주면 생존 확률은 50% 이상" 이라고 밝혔다.

韓씨와 남편 이대희(李大熙.35.회사원)씨는 수술을 열흘 앞둔 7일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 이라며 "영은이가 잘 견뎌내 주기를 기도하고 있다" 고 울먹였다.

白박사는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질병에 걸린 경우 대부분 치료를 포기했다" 며 "이번 수술이 성공하면 장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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