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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카지노 노숙자' 40~50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개장 두달 만에 입장객 20만명을 돌파한 카지노 열풍이 계속되면서 '대박' 을 쫓다 '쪽박' 을 차고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카지노 노숙자' 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잭팟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걸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측에 따르면 현재 카지노 노숙자는 40~50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카지노 휴장시간에는 호텔 로비나 사우나에서 잠을 자고 개장하면 동료에게 입장권을 빌려 카지노장 출입을 하고 있다.

돈벌이 수단 중 대표적인 것은 대리게임. 슬롯머신 주변을 서성거리다 잠시 쉬는 고객을 대신해 버튼을 눌러주고 대가를 받는다.

대가는 수익과 시간, 그리고 대리게임을 시킨 고객의 기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카지노장 3층 한식 뷔페식당(1인 1만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남을 만큼은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대리게임 도중 옆의 고객이 잭팟을 터뜨리면 열렬히 축하해 주고 5만~10만원 정도의 시드머니를 얻거나 초보자들이 슬롯머신에 남기고 간 잔돈(크레디트 잔액)을 모아 잭팟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 초보자로 보이는 고객에게 접근, 나름의 돈 따는 비법을 전수하면서 "1천원만이라도 빌려달라" 며 구걸하거나 강원랜드 직원들에게 "집에 갈 여비만이라도 달라" 는 식으로 떼를 쓰기도 한다.

카지노장 인근의 전당포에도 들러 귀향할 차비를 구걸하지만 돈을 얻더라도 실제 카지노장을 떠나는 경우는 드물다.

얼마 전까지 수십만원씩 받고 좌석판매를 하며 나름대로 풍족한 생활을 했던 카지노 노숙자들은 예약제.입장순서 추첨제 등으로 좌석매매가 봉쇄된 이후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카지노 노숙자의 대부분은 개장 초기에 와 아직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 이라며 "여비와 기름값 등을 빌려 달라는 이들의 읍소에 난감할 때가 많다" 고 말했다.

정선=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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