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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자연다큐 '…버섯이야기'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로 뒤덮인 도시라고 해서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손바닥만한 녹지일망정 뿌리를 내린 이름모를 나무와 풀,이들과 벗하는 벌레와 새들 역시 어엿한 도시의 주민이다.

인간의 도시를 비로소 ‘사람 살 만한’곳으로 만들어주는 조력자들이다.

SBS 신년특집 자연다큐 ‘서울 달터공원 버섯이야기’(1일 오전 8시30분)는 버섯을 찾아나선 카메라를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다.

다큐멘터리의 주무대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7만평 규모의 달터공원.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바로 곁에서도 때가 되자 붉은말뚝버섯이 움쭐움쭐 머리를 내민다.붉은말뚝버섯이야 오염에 강한 종이라지만, 달터공원의 버섯은 그뿐이 아니다.

제작진의 카메라는 2년 가까이 이곳을 들락거리며 목도리방구버섯 ·곰보버섯 ·세발버섯 등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제각각인 버섯을 무려 1백여 종이나 발견했다.

제작진은 농업진흥청의 자문을 받아 화면에 담은 버섯 중 10여 가지는 아직 국내에서 이름도 제대로 붙여지지 않은 미확인종이거나 희귀종인 것을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래도 그깟 버섯이 뭐 그리 대단하랴 싶다면,하룻밤새 땅 밑에서 솟아올라 훌쩍 자라는 버섯의 모습을 단시간에 보여주는 미속촬영 화면을 권하고 싶다.

도시 구석에 숨은 미생물의 존재와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한다.일부 버섯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자라는 것은 차곡차곡 접혀 있던 소방호스에 물이 들어가면 금새 부피가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어린 세포가 이미 ‘성장’을 완료한 버섯이 땅 위로 솟으면서 금방 ‘팽창’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로그램을 만든 독립제작사 ‘푸른별 영상’의 윤동혁PD는 SBS에 근무하던 90년대 중반에도 이미 한 차례 버섯 관련 다큐를 만들었으며 송이 등 식용버섯에 대한 다큐를 한 편 더 준비 중이다.

“콘크리트 사막같은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버섯이 자란다는 게 기적같았다”는 그에게 왜 하필 버섯이냐고 묻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자신이 분해한 낙엽과 자신의 몸으로 각종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버섯은 숲이 있어야 비로소 살 수 있는 존재. 결국 ‘버섯’만 보지 말고, ‘숲’까지 봐달라는 주문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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