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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럼] 밝은 경제를 기원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 특히 중앙일보 경제섹션을 눈여겨 보아주시는 여러분.

새해 첫날 여러분과 몇가지 생각을 함께 하려 합니다.

그저 편안히, 알고 보면 너무나 익숙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한번 '경제적' 으로 주욱 엮어보려 합니다. 여러분과 제가 함께 '경제적' 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구조조정의 참뜻 안다면

경제는 이해하기 어렵다구요? 아닙니다. 지난 몇해 동안 우리가 겪은 일들은 실로 살아 있는 경제 강의였습니다. 다만 너무들 바빠 그 훌륭한 강의 내용을 복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지요.

그러고 보니 '수업료' 생각이 먼저 납니다. 아무리 세상에 공짜가 없다지만 우리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냈습니다. 바로 공적자금입니다. 이미 1백10조원이 들어갔고 다시 40조원을 부어야 합니다. 합해서 1백50조원인데 그러고도 얼마를 더 부어야 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자, 이 돈이 왜, 어디에 쓰였고 어디서 나왔는지를 복습해보지요. 투신사 수익증권을 샀다가 대우사태 때문에 혼쭐 난 분들이 있으시지요? 당시 정부는 "바로 돈을 찾지 않고 6개월을 기다리면 원리금의 95%는 보장해준다" 고 했었지요? 그때 만일 "투자는 자기 책임이니 얼마를 손해보든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다" 고 했다면 지금까지 투신사에 쏟아 부은 12조원의 공적자금 중 상당액은 아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대우사태는 왜 났습니까? 대우자동차는 1백만대 생산에 맞게끔 생산설비를 갖추고 사람을 뽑아 월급을 주어왔습니다. 그 1백만대는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생산규모입니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GM은 흑자를 내면서도 영업 환경이 나빠진다 하여 공장 몇개는 닫아버리고 올즈모빌이라는 간판 상품의 생산라인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만일 대우차도 진작 50만대 또는 30만대 생산라인만 남기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치워버렸다면 그간 채권은행단을 통해 들어간 돈의 상당액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지금도 몇몇 은행들은 이미 더 이상 은행이라 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계속 영업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월급을 받고 있지요? 1백50조원의 공적자금은 이렇게 쓰였고 지금도 이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정말 화를 내야 할 사람들은 납세자이자 고객인 우리들입니다. 내 돈 내놓으라고, 공장 문을 못 닫겠다고, 은행 간판을 못 내리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은 투자자.근로자의 입장이지 납세자나 고객의 입장은 아닙니다.

머릿수로 따지자면 투자자.근로자.납세자 중에서 누가 제일 많습니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 아닙니까. 1백50조원을 들여 다들 좋아졌다면 모르되 그 돈을 공장 문 안닫고 은행 간판 안내리고 투자한 돈 물어주고 하는데 쓰는 동안 지난 한해에만 거래소.코스닥 합쳐서 2백40조원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그 큰 돈을 들이고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지 못한 대가지요. 자, 과잉설비.구조조정.금융개혁.퇴출.인원감축.신뢰회복이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납세자들 목소리 커져야

도덕적 해이요? 가장 큰 도덕적 해이는 우리 세대가 공적자금을 어느 정도 해결해 놓지 않고 아들.딸.손자들에게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입니다.

영합주의(populism)요? 정치인들이 목소리 큰 노조.농민.투자자들 눈치만 볼 줄 알았지 여기저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퍼주다가 나라 살림 다 들어먹은 끝에 납세자들이 한번 들고일어나면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 영합주의입니다.

1백50조원의 수업료를 내고도 아직 경제원론 과정을 더 배워야 한다면 수업료가 너무 아깝습니다. 해야 할 구조조정은 빨리 하고 공적자금은 아껴 그 돈으로 일자리 잃으신 분들의 '경제 재활(再活)' 을 적극 돕는 것이 모두가 살고 돈도 덜 들이는 길입니다. 그러면 주가도 오릅니다.

올해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밝은 기사가 많이 오를 수 있기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김수길 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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