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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박용래 '겨울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잠 이루지 못하는 고향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느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박용래(朴龍來.1925~80)의 '겨울밤'

그의 시를 읽으면 외양간 처마 밑에 걸어둔 마른 시래기에 싸락눈이 들이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다 떠난 적막한 고향 마을 잠 못들이고 계실 어머님의 밤깊은 기침소리가 들린다.

눈이라도 오면 문열고 나가 "먼 놈의 눈이 이리 밤새 퍼붓는 다냐" 시며 고무신에 쌓인 눈을 터실 우리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슬프고도 애잔한, 그러나 진정한 시인의 삶을 살고간 사람 박용래, 그는 충청도 시골의 시인이었다.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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