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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 박대리의 주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외국계 의류업체인 필라코리아에 다니는 박성원(31)대리는 주말이면 전혀 딴 사람이 된다.

그는 금요일 오후 6시30분 퇴근하자마자 스키복으로 갈아입고 스키장으로 차를 몬다.

아마추어 활강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그의 목표다. 주 5일 근무가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朴대리는 "프로선수는 못되더라도 준(準)프로가 되고 싶다" 고 말했다.

1997년 주 5일 근무시간을 도입한 필라코리아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뒤 그의 주말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토요일 오후 2~3시쯤 퇴근해 저녁에 가족과 외식을 한 뒤 일요일에는 대부분 낮잠으로 소일하는 주 6일 근무 직장인과는 사뭇 다른 생활모습이다.

그의 월급은 1백80만원 정도. 이 가운데 취미 등 주말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30%를 지출한다.

취미생활 관련 비용이 그전 회사에 다닐 때보다 두배 이상 늘어 그만큼 저축이 줄었다.

지난 10월 결혼한 뒤 취미생활 관련 비용을 월급의 20% 아래로 줄이려고 술자리를 줄이는 등 고민하고 있다.

"그전 직장에서 토요일까지 근무할 때보다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근무강도는 훨씬 셉니다. 평일 저녁에 술을 잔뜩 먹고 이튿날 지각하거나 월차를 내는 것을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대신 주말에 이틀 동안 푹 쉬고 나면 집중력이 생기고 일이 재미있습니다."

그는 필라코리아로 직장을 옮긴 뒤 첫 1년 동안 주말마다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점점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이 약해지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취미생활로 바꿨다.

그는 봄부터 가을까진 사이클로 몸을 단련하고 겨울에는 스키를 즐긴다. 1백50만원으로 5년 스키장 이용권을 구입했고,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에 스키장을 이용할 때마다 1만원을 낸다.

朴대리는 주 6일 근무하는 친구들과 생활 리듬이 다르고 토요일 오전을 따로 보내야 하므로 때로 외롭거나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금요일 저녁에 만취해 토요일은 오전 내내 잠을 자고 사우나를 하는 식으로 주말 연휴를 허송하다가 건강을 잃은 회사 친구가 있다" 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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