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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정가 충격] 정계개편 서막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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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권 지형(地形)의 변화는 간단한 덧셈으로 이뤄졌지만 전격적이었다. 그로 인해 신사(辛巳)년 정국의 흐름은 거친 대치 속에 출발하고 있다.

민주.자민련의 합당이란 크고 복잡한 틀이 아니라 민주당 배기선(裵基善).송영진(宋榮珍).송석찬(宋錫贊)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옮겨가는 당적(黨籍)이동이란 쉬운 그림을 그렸다.

"그같은 단순함은 결행(決行)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는 게 정치권의 경험이다.

'17+3' 의 덕분으로 자민련은 국회 교섭단체(20석 이상)자격을 얻었고, 4.13 총선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양당 구도' 의 정국 구도는 '3당 체제' 로 재편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이른바 DJP 공조는 거야(巨野)인 한나라당을 누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민주당.자민련을 합친 의석수(1백36석)가 한나라당(1백33석)보다 많아진 것. 합당의 정계개편 쪽만을 경계해온 한나라당으로선 허(虛)를 찔린 셈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지난해 12월 31일 "여야 협조를 상징하는 DJ와 이회창 총재의 영수회담(4일)을 생각하다 기습을 당했다. 당적 변경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했다" 고 실토했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반발은 거세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인위적 정계개편' 이라고 단정, "金대통령이 기만극을 펼친 것" 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적(離籍) 3인' 의원은 "한나라당에 발목잡힌 국회의 안정을 위한 자발적인 결단" 이라고 강조한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도 "사전에 논의한 적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裵의원이 'DJ 참모'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 모 의원도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 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서막(序幕)' 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정치권에 나도는 시나리오의 핵심은 '민주+자민련+α' 다.

국회 과반수(1백37석)를 확보하기 위해 DJP 공조 위에 ▶민국당(2석).한국신당(1석).무소속▶한나라당 일부를 끌어온다는 것이다.

그 명분은 정치안정, 시점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올 봄 서울 답방 뒤다. 여기에다 4년중임제 개헌 논쟁을 붙이면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본격 정계개편설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나라당 내 결속에 문제가 있다. 개헌론은 李총재의 당내 장악력을 떨어뜨릴 것" 이라며 "DJP가 역할을 분담할 것이며 정계개편 흐름은 요동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그림이 진짜 그려질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 으로 '이적파동' 을 돌파할 작정이다.

고위 당직자는 "한나라당을 분열시켜 장기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속셈을 국민이 알 것" 이라며 "이른바 비주류쪽 의원들의 이탈도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김덕룡(金德龍)의원은 "사도(邪道)의 정치를 한다" 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무엇보다 여론 동향이 변수다. 여야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적 파동 이전에 본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68.4%)을 예상하면서도 정계개편을 68.9%가 반대(64.1%가 '정치 안정에 기여하지 못함' )했다.

여권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할 것이냐와 국민 신뢰 회복이 정계개편의 변수가 될 것" 으로 전망했다.

한나라당측은 "DJP 공조가 1월 말로 예상되는 개각 때 '장관 나눠먹기' 로 나타날 것이며, 정계개편론도 국민이 외면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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