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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컬처 뉴 리더] 매니어문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7면

매니어 문화를 논할 때는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대중 문화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게 된 배경이 오타쿠(お宅)문화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된 오타쿠 문화는 남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오타쿠족을 만들었고, 곧 문화의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지만 90년대 들어 오타쿠는 매니어와 비슷한 의미로 옮아가고 있다.

국내에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축으로 매니어 문화가 번성하고 있다. 취미의 차원을 훌쩍 넘어 전문가의 영역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오히려 매니어가 몰두하는 분야는 학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많아 그런 분야에선 그들이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치라면.짬뽕라면 등 지금도 새로운 라면 요리를 만드느라 머리를 싸매는 라면 매니어, 마냥 앞만 보고 달리는 마라톤 매니어, 어항 속에 든 열대어를 보고도 흥분을 느낄 줄 아는 물고기 매니어,에로 영화의 공론화를 주장하는 에로 비디오 매니어 등.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매니어' 란 키워드를 넣으면 줄잡아 1천개가 넘는 사이트가 뜰 정도다.

그러나 우리의 매니어 문화는 아직 초보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PC통신에 이어 인터넷을 중심으로 발전한 매니어 문화는 영화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자료 수집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 예컨대 최근 특이함으로 화제가 됐던 지하철 매니어들은 지하철 안내 방송을 녹음한 테이프, 팸플릿, 안내 노선도 등을 수집하며 더 발전된 단계를 모색중이다.

이 수준을 지난다면 풍부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대중 문화 매니어들은 문화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매니어들이 비평을 위해 문화상품을 수요하다보니 자연히 수요가 창출되고 그들 가운데 창작자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은 그들대로 매니어를 두려워하게 돼 생산품의 질도 높아진다" 고 말한다.

또 그는 "앞으로 사상의 중심축이 더 흐트러지면 각자 취향에 따라 매니어 문화가 더욱 심화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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