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직부패 처단 강력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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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00년 한해에 잇따라 터져나온 대형 부정.부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중국 정부가 공직자의 돈문제에 엄격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관행처럼 이뤄져온 훙바오(紅包.격려 혹은 축하금) 수수를 금지시켰고 내년부터는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제를 전격 도입키로 했다.

이같은 조치는 돈과 공직자의 접촉을 가급적 차단, 부패를 줄여보겠다는 중국 당국의 고육책이다.

◇ 훙바오 수수 금지=훙바오란 경조사를 맞은 중국인들이 붉은 봉투에 현금 등 작은 정성을 담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뇌물의 대명사로 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5일 신정과 춘제(春節.설)기간에 세배를 금지시켰다. 이 기간에 훙바오 수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후이(安徽)성 정부는 훙바오 수수에 관한 구체적인 처벌규정까지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수수액이 ▶1천~2천위안(약 14만~28만원)인 경우 경고 및 행정처분하고▶2천~5천위안인 때는 엄중 경고와 함께 강등시킨다.

또 5천위안을 넘어서면 당적이 박탈되고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광둥(廣東)성의 경제특구 선전시는 '청렴 계좌' 란 기발한 훙바오 퇴치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어쩔 수 없이 훙바오를 받은 관리들이 자진신고 때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기율검사위원회가 은행에 개설한 '청렴 계좌' 에 훙바오를 토해내도록 한 것이다.

◇ 공직자 재산신고제 도입=중앙규율검사위원회 웨이젠싱(尉健行)서기는 지난 25일 "내년부터 중앙의 부(部)급(장관급)과 지방의 성(省) 영도간부를 대상으로 재산신고제를 도입한다" 고 발표했다.

홍콩 명보는 "재산 신고제가 성과를 거두면 중앙정부의 청(廳).처(處)와 지방의 현(縣)급 간부는 물론 국유기업 등으로 확대될 전망" 이라고 보도했다.

尉서기는 또 당과 국가의 영도 간부와 기관은 ▶직무와 관련된 민원 상대자▶기관의 하부조직과 단위 또는 개인▶외자기업과 자영업자 등으로부터 어떤 명의로도 찬조금과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해외출장시 경비는 부서 예산으로 집행해야 하며 헬스클럽을 이용하더라도 편의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등 그동안 일상화된 행위까지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시행키로 한 것은 올 11월 말까지 13만여건의 부정.부패사건이 적발돼 성장.장관급 이상 간부 21명을 포함해 13만여명이 징계처분 이상의 처벌을 받았을 정도로 부패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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