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장갑은 벗지 않는다 … 김정일 ‘드레스 코드’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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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6일 68회 생일을 맞았다. 지난해 2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와 화폐 개혁 후폭풍으로 북한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와중이다. 셋째 아들 김정은(26)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작업도 숙제로 안고 있다. 이 때문인지 김 위원장은 공장·기업소를 비롯한 경제 현장을 연일 누비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의 이 활동들과 관련된 사진들을 쏟아내고 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사실상 김정일 시대를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은 그의 지향점과 고민, 건강 문제와 기호(嗜好)를 엿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자료다. 북한의 치밀한 선전·선동도 숨어 있지만 북한을 들여다보는 데 그만한 자료를 찾기는 힘들다. 냉전 시기 서방이 소련 지도자들의 건강 등 크렘린궁 속사정을 파악했던 방법도 이런 식이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300여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바탕으로 ‘2010년의 김정일’을 짚어봤다.

이영종 기자

실내서도 선글라스

표정 변화와 눈가 주름을 감춰준다. 올겨울 실내에서도 빠짐없이 착용했다. 지난 5일 발레리 수히닌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와의 가극 관람과 8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접견 때(왼쪽 사진)만 일반 안경을 썼다.

왼손의 비밀

실내·외를 막론하고 두터운 장갑을 낀다. 꼭 필요할 경우 오른쪽 장갑만 벗는다. 8일 왕자루이 부장 접견 시 뇌 질환의 후유증인 듯 왼손 손가락 일부가 펴지지 않는 모습(왼쪽 사진)이 포착됐다.

‘10cm 키높이 구두’ 포기

2008년 여름 건강 이상 이후 운동화 스타일의 신발을 신는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까지도 신었던 높은 굽(10㎝가량·맨 왼쪽 사진)의 단화를 벗어 던진 것. 검은색의 끈 없는 이 편의화는 서방의 한 유명 브랜드 제품으로 관계 당국은 추정한다.

전용열차와 ‘야전차’ 방탄 벤츠

함경도 등 북부지역 먼 곳은 전용열차를 이용한다. 가까운 곳은 ‘야전차’로 불리는 방탄 벤츠 승용차를 탄다. 헬기 등 항공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팔걸이 전용의자는 필수품

파란색 팔걸이 의자를 지난해부터 사용한다. 현지지도 때마다 동일한 의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전용의자를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산 수제 털모자

선글라스·장갑과 함께 올겨울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필수품으로 등장했다. 탈모를 가려주기 때문인 듯 실내에서도 벗지 않는다. 당국은 러시아제 고급 수제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 우산

눈이 내릴 경우 수행 부관이 펼쳐 든다. 5명 정도가 함께 쓸 수 있는 크기로 대형 파라솔을 연상케 한다. 공장·군부대 방문 때 김 위원장이 눈을 그대로 맞는 장면도 나온다.

10년 넘은 ‘장군님 솜옷’

북한 언론이 ‘야전복’ 또는 ‘장군님의 솜옷’으로 부르는 외투다. 김 위원장이 “10년 넘게 입었다”고 할 정도로 아끼는 옷이다. 수행 당·정·군 핵심 측근들과 같은 스타일이나 색상·재질은 다소 차이가 난다. 주머니에 안경집 등을 넣어 늘 불룩해 보인다.

일정·동선은 X파일

통상 방문 하루 이틀이 지난 뒤 관영매체로 보도한다. 2003년 4월 이라크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경호 문제를 의식한 듯 그해 7월부터 활동 날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몇 달 뒤 기록영화 등을 통해 알리는 경우도 있다.

장성택은 자세부터 달라

김정일의 현지지도 때 핵심 간부들은 부동자세를 취하거나 필기·녹음을 한다. 팔을 내려트리거나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는 수행원은 매제(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사진 오른쪽) 노동당 부장이 유일하다. 장성택도 직권 남용으로 2년간 좌천된 뒤 2006년 1월 복귀했을 때는 경직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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