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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판치는 일부 외국인학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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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부 국내 외국인학교들이 감독 기관의 방치 속에 편법 행위를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학교는 전국적으로 60여곳. 그러나 지역교육청에 의해 정식으로 인가받은 학교는 23곳뿐이다.

게다가 교육부 지침상 외국인만이 설립할 수 있음에도 상당수 학교는 내국인이 설립.운영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입학 자격이 없는 국내 학생을 상대로 최고 연간 2천만원이나 되는 고액의 수업료를 받고 있다.

◇ 편법 운영 실태〓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재외국민 특별전형 부정의 창구였던 켄트외국인학교처럼 외국인을 대표로 내세우고 실제로는 내국인이 운영하는 편법 외국인학교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에서 특례입학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A씨(43)는 "외국인 특례 학원을 운영하던 내국인 3~4명이 지난해와 올해 외국인을 명의만 대표자로 내세워 학교를 설립했다" 고 전했다.

그는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몇년 내에 내국인의 입학이 허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외국인학교 설립 붐이 일고 있다" 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학교에는 또 상당수 무자격자들이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으로는 외국인이나 5년 이상 외국에서 살다 일시 귀국한 한국 학생만 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해외 유학 및 특례 입학 등의 연결고리로 입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외국인학교는 전체 학생의 95%가 한국계다. 외국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한국계면 문제없으나 그렇지 않은 학생도 섞여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자녀를 외국인 가정으로 서류상 입양시켜 입학 자격을 얻는 '국적 세탁' 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 현재 모학원 이사장의 손자 등이 이같은 수법으로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학교는 보통 연간 1천만원 이상의 수업료를 받고 있으며 인기있는 학교는 수천만원의 기부금이 오간다고 한다.

강남의 한 주부는 "외국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5천만원의 기부금을 주고 애를 편입시켰다" 고 증언했다.

◇ 감독 사각지대〓교육당국은 그러나 편법으로 운영되는 외국인학교의 실태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위치.전화번호 등 극히 기본적인 사항만 알고 있을 뿐이다.

20여개의 외국인학교가 있는 서울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의 주사보 한명이 담당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학교는 정식으로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곳이 아니어서 교육과정.수업료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이후 14개의 외국인학교 인가신청이 접수돼 유흥업소가 인접한 두 곳을 제외하고 12곳이 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때 인가받은 켄트외국인학교는 설립자.학생수 등 상당수가 허위였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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