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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정치 Q] 주체사상 신봉 일부 386 과거 고백 후 우파 전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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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정치.사회의 주요세력으로 부상한 386세력이 분화하고 있다. 1980년대 골수운동권 출신 중 일부가 과거를 고해(告解)하며 '우파 전향'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주의 낙원 건설'을 모색했거나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이들(일명 主思派)이다.

이들은 같은 운동권에 몸담았던 열린우리당.민노당 386 중 일부에 대해 "주사파 전력을 숨기면서 여전히 좌파적 사고를 추구하는 수구 좌파"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들은 비운동권 출신 우파 386과 함께 '자유주의 연대'(가칭)를 추진 중이다.

지난 15일 준비위가 결성됐으며 창립대회는 다음달 하순 열린다. 준비위원 35명은 시민운동가.교수.변호사.기업인.언론인.종교계 인사다. 이중 10명 정도가 골수운동권 출신이며 핵심들은 극좌에서 우파로 전향했다.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게이오대 국제정치학 박사)는 연세대 81학번으로 91년 '사회주의노동당 창당준비위' 울산책임자였다. 그는 "민노당의 노회찬.조승수 의원도 동지였다"고 말한다. 그는 "열린우리당 386의원 중 전대협(全大協) 출신을 포함해 10여명이 주사파였다"며 "그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면 그런 과거를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진표씨는 우파 386의 사상지인 '시대정신'의 편집위원이다. 그는 서울대 82학번으로 주사파였으며 86년 북한의 대남공작방송 '구국의 소리'를 듣다가 구속됐다. 그는 "386 운동권의 사회주의적 사고는 강하게 남아있다"며 "특히 여권의 386들은 미국에 대해선 무조건적 적대감, 북한에 대해선 무제한적 관용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대협 연대사업국장 출신 이동호씨, 전북대 총학생회장으로 한총련 중앙집행위원장을 지낸 허현준씨,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최홍재씨 등도 주요 멤버다.

전대협 출신 12명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내 80년대 운동권 의원 20여명은 '새로운 모색'이란 모임에 집결해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초대 전대협 의장을 지낸 이인영 의원은 '자유주의 연대'의 주장을 "틀린 사실에 집착하는 편집증"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당시 일부 이념서클에 주사파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전대협은 '민족'문제를 중요하게 추구했을 뿐 주사파와는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전대협은 단계별로 검증된 대외적 조직이어서 주사파 같은 일부의 이념을 전체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질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좌파냐 우파냐'하는 구분은 모르겠고, 단지 우리 80년대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대중의 눈.입.생각에 맞춰서 행동할 뿐"이라고 말했다. 역시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오영식 의원은 "주사파라는 말은 당국과 언론이 만들어낸 것일 뿐 실체가 없다"며 "우리를 주사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를 겨냥해 또 하나의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지호 교수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좌파 경력을 낱낱이 고백할 것"이라며 "여권 내 주사파 출신 의원들이 부인하면 진실게임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386 내 이념대결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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