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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학자 장파교수-이대 정재서교수 대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중국의 대표적 미학자 장파(張法) 인민대 교수가 최근 방한, 중문학자 정재서(鄭在書) 교수(이화여대)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해 번역.출간된 저서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푸른숲)으로 국내 학술계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張교수는 워커힐미술관 개관기념 국제학술심포지움에 참석한 뒤 귀국했다.

▶정재서 : 먼저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을 쓰신 동기와 입장을 설명해 주십시요.

▶장파 : 북경대학 등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던 것입니다. 진정한 중국적인 이론이 무엇이라고 설명하기 전에 먼저 서구와 무엇이 다른지 분석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鄭〓그 책에서 서구와 중국의 문화정신을 존재와 무(無), 실체와 기(氣)의 역동성, 분석적 사고와 통합적 사고, 명확성과 모호성 등으로 비교하면서 동서양이 추구하는 미학정신을 분석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나친 이분법적인 사고는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張〓이분법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분법은 겉으로는 동일한 것으로 보이면서 실제로는 다른 것들을 분석하는데 유용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한의(漢醫)와 서구 의학의 비교가 그것입니다. 또 신비주의는 동서양에 다 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주류지만 서구에서는 비주류입니다. 원근법 역시 서구에서는 초점식 원근법이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이동식 원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鄭〓그러나 이분법이 안고 있는 지배적 계기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데리다가 비판한 것도 서구의 그 이분법이 가져온 폭력적 위계질서였던 것입니다. 아무튼 다음 질문을 하겠습니다. 중국 전통 미학에는 그 자체의 특성과 가치가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현대 문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겠는지요? 예를 들어 프레드릭 제임슨은 노신(魯迅) 같은 현대 문학가들의 정치의식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이 밖에도 중국 미학에서의 풍격론(風格論)이라든가, 문기론(文氣論) 등이 현대 문화에 실제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겠는지 말씀해주십시요.

▶張〓사실 노신 같은 현대 문학가들의 정치 의식은 특정한 시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는 서구의 과학적, 이성적 사고에서 얘기되어지지 않았던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육조(六朝)시대의 형(形).신(神).골(骨)이론이라든가 송대(宋代)의 문인화(文人畵) 이론 등은 서구에서 논해지지 않았던 것들로 현대 서구 이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鄭〓전세계에는 여러 미학상의 주체가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선 아프리카나 남미 등에는 미학적 이론 체계가 없어 서구의 미학을 받아들이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중국 같이 체계를 갖춘 미학이 있는 나라에서는 서구 이론을 받아들일 때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프리카나 남미 원주민 문화의 경우 비록 문자가 없지만 나름의 미학이 있으며 그들도 서구 미학과 만날 때 많은 어려움과 저항이 있었습니다.

▶張〓아마도 표현상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 문화의 차원에서 미학을 생각하고 계신데, 이는 심미(審美)적 차원으로, 제가 얘기하는 체계를 갖춘 이론으로서의 미학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鄭〓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바로 그 점, 체계를 갖춘 이론이어야 미학일 수 있다는 그 관점 때문에 사실 중국 미학도 과거에 서구 미학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던 것 아닙니까? 체계성의 문제로 엄격히 말한다면 아프리카.남미 원주민 미학뿐만 아니라 중국 미학도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끝으로 중국은 지금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어 주류인 서구 이론 연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동아시아, 즉 중국.한국.일본을 상호 비교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張〓그렇습니다. 그동안은 서구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문화가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여기에 시선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제 점차적으로 동아시아 자체내의 문제로 시선이 옮겨 질 것으로 봅니다.

정리〓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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