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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생일상 비용 모자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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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평양의 북한 학생들이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 장면을 비춰주는 대형 스크린 앞에서 설날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설 연휴는 김정일 생일(16일)과 겹쳤다. [평양 AP=연합뉴스]

북한이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8회 생일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중국을 상대로 전방위 외화·물자 조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당뿐 아니라 군부까지 움직이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대남통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6일부터 1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산림녹화 프로젝트 동향 등을 파악한 뒤 돌아갔다. 그는 지인들에게 남측 사회통합위원회가 추진하는 북한 나무 심기를 동의해 주는 대가로 쌀과 비료를 지원받는 것을 타진했다고 한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전 총리)는 지난달 18일 북한 나무심기를 10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정했다.

북한 국방위가 지난달 20일 외자유치 창구로 결정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은 100억 달러(11조5000억원) 규모의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다. 서울의 대북 소식통은 “대풍그룹이 중국 은행 등과의 대북 투자 협상을 마무리 중”이라며 “다음 달 발표될 이 협상의 투자액 60%가 중국 자본”이라고 전했다. 이는 북한 국민총소득(GNI) 27조3400억원(2008년 한국은행 추계)의 4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성사 시 대북 제재가 무력화할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당국자는 “북측이 외자 유치 성과를 부풀리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핵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실행이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북한 군부도 지난달 27일 유엔사와의 판문점 접촉에서 “독자 발굴한 미군 유해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미는 1996년부터 255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해 60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2800만 달러를 받았다. 북한이 2005년 5월 북·미 관계 악화로 중단된 유해 발굴을 재개해 보상비를 챙기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김정일 생일에 밀린 설 명절=북한은 2003년부터 설을 ‘국가 명절’로 정해 사흘간 쉬도록 했다. 올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과 겹쳐 14~17일 나흘간 연휴다. 노동신문과 TV는 김 위원장 생일 축하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어린이에게 사탕·과자 선물을 주라’고 지시해 헬기까지 동원된 수송작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편 15일 열린 김정일 생일 보고대회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미 적대관계를 종식시킬 것”이라며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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