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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이슈] 750명 쉼터서 33만명 재활하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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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3만명 대(對) 750명. 2002년 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한국의 성매매 종사 여성 수를 33만명으로 추산했다. 이에 비해 여성부가 최근 성매매 특별 단속을 앞두고 마련한 전국 38개 재활 기관의 수용 인원은 고작 750명이다. 한마디로 턱없이 부족하다.

여성부의 정봉협 권익증진국장은 "성매매를 그만둔 여성 중 일부만이 재활기관에 들어오기 때문에 수용시설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전국 재활시설에 있는 성매매 여성은 432명. 300명 정도는 더 수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재활기관을 찾는 성매매 여성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자립지지 공동체 여성쉼터'의 경우 정원의 세 배인 30명이 좁은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생활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현장에서 돕는 한 활동가는 "정부의 홍보도 부족한 데다 업주들이 정보를 차단하고 있어 대다수 성매매 여성이 정부가 자활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재활기관을 찾는 이들도 적다"고 꼬집었다. 재활기관에서는 상담과 함께 성매매로 몸이 망가진 여성들에게 1인당 300만원까지 진료비를 지원해 준다. 선불금 해결 등을 위해 무료 변호인을 주선해주고 인지대 등 최대 350만원까지 소송비용을 도와준다.

또 사설 학원 등과 함께 피부미용.애견관리.비즈공예.요리 등을 가르치며 검정고시 등의 진학교육도 한다. 교육기간 중에는 월 1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1인당 3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생활을 해온 성매매 여성이 자활 의지를 갖고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이나 창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취업교육 이전에 우선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활의지를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의 한 연구는 평균 5년 동안 지속적이고 정규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재활기관에 입소해도 거주 기간이 6개월로 제한돼 있는 데다 전문 상담가도 부족해 심리 상담 및 치료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선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데 매우 소극적이다. 스웨덴의 '말뫼 성매매 프로젝트'의 경우 정부가 직접 성매매 현장에 들어가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포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직업 알선, 주거 제공, 상담.의료 서비스 등을 실시했다.

일부 지역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는 벨기에의 경우 인신매매 등에 의해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등에 대해서는 성매매에서 벗어나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시설을 운영하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여성의 경우 범죄조직에 대해 소송을 걸 경우 상당 기간의 합법 체류를 보장한다. 벨기에에 정착을 원할 경우 불어를 배울 수 있도록 언어교육까지 시켜준다. 정부와 국민의 경제적 지원이 성매매 여성의 자립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moonk21@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사진설명>
지은희 여성부 장관(맨 앞) 등 각계 인사들이 지난달 22일 성매매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서울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광장에서 풍선을 터뜨리고 있다. 이 행사는 성매매 단속을 강화할 경우 성매매가 주택가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올라오는 현상)를 막자는 뜻에서 마련됐다.[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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