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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기 홍랑-문인 최경창 연서 '진본'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학고재가 조선시대 명기(名妓) 홍랑(洪娘)과 그의 연인이었던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1539~1583)의 연시를 담은 서첩(중앙일보 11월14일자 26면 참조)을 공개한 후 뒤늦게 최경창의 후손이 진본을 보관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경창의 14대손인 최영섭(46.수출입은행 안전관리실 차장.사진)씨는 지난달 언론을 통해 발표된 최경창.홍랑의 연서 '묏버들~' '송별(送別)' 과 똑같은 연시가 수록돼 있는 10장짜리 서첩 '고죽필법(孤竹筆法)' 을 최근 공개했다.

조상 대대로 전해내려온 이 서첩에는 홍랑이 고죽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쓴 '묏버들 ~' 와 고죽이 홍랑에게 보낸 송시 외에 당대 최경창과 함께 4대 문장가로 꼽혔던 옥봉(玉峰) 백광훈(白光勳)이 고죽에게 써준 이백(李白)의 시와 고죽이 절친하게 지냈던 구봉(龜峰)송익필(宋翼弼)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수록돼 있다.

가로 세로 32, 23㎝ 크기의 고죽필법에는 두 사람이 이 글을 남기게 된 경위를 설명한 소지(小識)가 포함돼 있다.

小識에는 고죽이 1573년 가을 함경도 경성에 북평사로 부임하면서 운명적으로 만난 홍랑과의 애절한 이별을 묘사하고 있다.

안대회(문헌과 해석 편집위원.연세대 국문학 강사)씨는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남구만(南九萬)의 아들 남학명(南鶴鳴.1654~?)의 문집 '회은집(晦隱集)' 에는 고죽이 홍랑에게 이별의 시를 보내며 함께 쓴 서문(贈洪娘詩序)을 남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섭(李廷燮) 문화재전문위원은 "홍랑의 연시나 당대 문필가로 알려진 고죽의 육필원고가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이 서첩은 국문학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될 것" 이라며 "고죽의 글씨는 얼핏 봐서는 획이나 선.행간이 앞서 발표된 학고재의 서첩과 거의 같아 차이를 확인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는 필사본일 가능성이 높아 두 서첩을 함께 봐야 진본을 가려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학고재측은 현재 서첩을 갖고 있던 원소유주가 되찾아갔다는 이유를 들어 재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 위원은 "당대 명필로도 알려진 고죽이 남긴 글들을 후손이 첩자로 만들어 보관한 것으로 보이며, 보관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 서첩에는 홍랑의 연시 '묏버들~' 과 이 시를 고죽이 지방가요 형식으로 한역한 육필원고 '번방곡(飜方曲)' 이 나란히 수록돼 있으며, 후손들이 고죽을 추모하며 쓴 글들도 서첩 말미에 들어있다.

서첩을 소장하고 있는 최영섭씨는 "문중에서 경기도 파주 금촌 다율리에 있는 최경창 부부의 묘와 함께 홍랑의 무덤을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시제도 함께 지내고 있다" 며 "타계한 조부로부터 건네받은 이 서첩을 토대로 79년 전국국어국문학 시가비건립동호회가 홍랑의 시비(詩碑)를 세웠으며 그 무렵 국민대 교수들의 연구교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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