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중앙 시조대상] 대상 박기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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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1990년 이 상의 신인상을 받고 꼭 10년만에 다시 대상을 받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철저하게 작품 위주로 현대시조의 맥을 짚어가는 중앙시조대상의 신뢰와 무게만큼 강한 부담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

이번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박기섭(朴基燮.사진)씨는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나 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84년부터 95년까지 시조동인 '오류동인' 으로 활동하며 비록 기존 시조단에 '오류시' 로 몰릴지라도 시조의 현대화를 위해 치열한 형식과 주제 실험을 해냈다.

종합문예지나 현대시 전문지에서도 요즘 한두명씩의 시조를 꼬박꼬박 싣고 있다. 여기에 실린 박씨의 시조들은 정형율의 자유로운 운용과 현대.고전을 아우르는 소재로 하여 어떤 뛰어난 현대시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에서 새로운 정형의 시대가 분명히 올 것임에 대비해 끊임없이 자신의 시조세계를 새롭게 한 결과다.

"시조는 정형율이기 전에 인간이 그것을 만들고 부리는 '인간율' 입니다. 때문에 시조의 형식은 결코 폐쇄적이거나 닫힌 구조가 아닙니다.

자연과 만나면 자연의 가락, 생활과 만나면 생활의 가락, 또 역사와 만나면 역사의 가락으로 적절히 변용될 수 있습니다." 율격의 정형은 유지하되 그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가 추구돼야, 즉 정형성과 가변성의 긴장의 떨림이 있을 때 시조는 현대시를 압도하는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 시조, 살아 있는 시를 찾아 또다시 길 없는 길, 길 밖의 길을 가겠다" 는 박씨는 '키작은 나귀 타고' , '묵언집' 등 시조집과 10여권의 사화집을 펴냈다. 한국통신 함양전화국장으로 재직중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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