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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기업가 '대박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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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던 20대 영재 벤처기업가가 허위 공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0년 1월 인터넷 비즈니스 컨설팅 전문업체인 ICG란 회사를 창업해 주목받았던 김상우(28) 전 모션헤즈 사장. 당시 그는 두 달 만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20여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7억원의 매출을 올려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았다. "대학 1년 때인 1998년부터 창업을 결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그의 성공담은 대학생 창업의 모범 사례로 여겨졌다.

그는 창업 3개월 만에 인터넷 금융업체인 골드뱅크의 부사장으로 전격 발탁되기도 했다.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안내책을 쓰고 케이블TV의 인터넷 비즈니스 프로를 진행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김씨는 2002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던 직물회사를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모션헤즈)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주회사인 모션헤즈에 자본금 납입을 가장해 설립하거나 영업실적이 저조한 10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편입시키면서 자회사 주식가격을 실제보다 4~10배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회사는 15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이들 자회사가 만든 영화 가운데 '색즉시공''두사부일체''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은 흥행에 성공, 김씨도 일부 이익을 얻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자회사들은 각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알짜 기업"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도록 하거나 주식 처분권이 없음에도 "모션헤즈의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공동보유자 5명은 6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협약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상승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재력가와 금융계 유명 인사 등을 영입한 뒤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3.7배나 끌어올렸다"며 "한때 주가가 3만원까지 갔던 지니웍스(모션헤즈 후신)는 결국 100원대에 머물다 매매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치밀하게 기획한 사업으로 금감원 등의 조사가 없었다면 지금쯤 초일류 회사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결국 지난 2~3월 모션헤즈의 주가가 며칠 사이 3배 이상 폭등한 것을 이상히 여긴 금융감독원의 고발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15일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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