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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카네기홀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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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한국 아동복지시설 출신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성공적인 미국 뉴욕 공연을 이뤄 낸 마에스트로 정명훈씨는 감격에 겨워했다. 감동의 도가니로 변한 11일(현지시간) 맨해튼 카네기홀. 세 차례 커튼콜을 이끌어 낸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이었다. 단원은 모두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 소년의 집 출신으로 중학교 1학년에서 30대까지 100명이었다. 학생에서 직장인까지 구성도 다양했다.

첫 곡은 찬송가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차분하면서도 꽉 짜인 오케스트라 연주가 홀에 울려 퍼지자 어수선했던 객석은 금세 숙연해졌다. 이어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과 ‘춘희’가 연주됐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재형과 소프라노 이명주씨가 협연했다. 이씨는 “소년의 집 관현악단과 두 차례 부산 공연에 이어 카네기홀 연주까지 함께하는 동안 단원들의 열정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11일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는 지휘자 정민씨(오른쪽)와 소년의 집 관현악단 단원들.[뉴욕=정경민 특파원]

연주가 끝나자 홀 안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한 정성환(18)군은 “5층까지 메운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다”며 “오늘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격했다.

이번 공연을 주선한 정명훈씨는 “음악 전공자가 아닌 아마추어가 낸 소리라곤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주자 한 사람씩만 보면 프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전체가 한마음이 돼 만든 선율은 세계 어느 오케스트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전 우연히 소년의 집 합주단 연주를 듣고 후원을 자처했다. 지도와 지휘는 지휘자의 길을 선택한 아들 정민씨에게 맡겼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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