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나도 경계심이 부족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낙관론을 이렇게 반성했다. 16일 제주에 내려가 지역인사 2백여명을 만난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경제가 하강상태에 있다" "찬바람이 불고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면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국민과 같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원인은 물론 정부에 있다" 고 실토했다. "IMF 사태(외환위기)가 끝났다고 한 것은 경제 전반이 만족할 만하다는 것이 아닌데 우리 내부에 만족하거나 해이해진 부분이 있었다" 는 것이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반성은 그동안 정부의 '경제 낙관론' 을 확실히 뒤집는 것이다.
경제 낙관론을 둘러싼 공방의 한복판에 청와대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이 있다. 李수석은 경제위기론이 제기될 때마다 "너무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 며 거시지표를 들어 낙관론을 펴왔다.
민주당의 일부 고위 당직자들은 사석에서 李수석을 '미스터 로즈(장밋빛)' 로 부르며, "金대통령의 경제인식을 잘못 이끈 책임을 져야 한다" 고 교체를 건의해 왔다.
더구나 李수석은 '부실금고 사건이 한두 건 더 있을 것' 이란 발언으로 시중 자금난을 가중시킨 책임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金대통령은 李수석을 질책했다.
김영삼정권 말기인 1997년 1월말 한보사건이 터졌을 때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은 "은행이 도산해도 정부지원이 없다" 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지금 경제수석은 노태우정권 때 문희갑(文熹甲).김종인(金鍾仁), YS정권 때 한이헌(韓利憲).이석채 수석과 비교할 때 역할공간과 위상이 다르다" 고 말했다.
그렇지만 "李수석은 경제 흐름이 꼬이는 미묘한 시기에 경제수석의 말 한마디가 갖는 하중(荷重)과 파장을 잊은 것 같다" 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금고사건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李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의 정부 경제팀과 '호흡이 맞지 않는다' 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안팎의 공격에 李수석은 "낙관론을 편 적이 없다" 고 해명한다. 특히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나 "자금난이 금고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책임을 통감한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얘기였으며,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책임을 지겠다" 고 말했다.
李수석의 발언을 놓고 '퇴진(당정개편 때)을 각오하는 자세' 로 대부분의 여권인사들은 받아들인다.
김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