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관급 회담]'전력 갈등' 봉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평양 장관급 회담은 15일 북측이 전력 지원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면서 벽에 부닥쳤지만 심야 절충에서 합의문을 만들었다.

당초 '2백만㎾ 전력 지원' 을 요청했던 전금진(全今振)북측 단장은 이날 박재규(朴在圭)남측 수석대표와의 단독 접촉에서 "전력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朴선생은 남한에 못 가십니다.

우선 50만㎾라도 주세요" 라며 배수진을 쳤다고 한다.

◇숨가빴던 막판 줄다리기〓15일 낮 북한이 버티기에 나서자 朴수석대표는 "전력 지원은 차관급 경협추진위를 구성해 논의하자" 고 설득했다.

그러나 북측은 '전력 지원 원칙' 에 합의해 달라며 돌아섰고, 남측도 서울 귀환을 서두르며 짐을 싸는 등 '벼랑 끝 전술' 을 썼다.

서울측 최종 훈령을 받은 서영교(徐永敎)대표는 오후 6시15분쯤 최성익(崔成益)북측 대표에게 남측 합의문 초안을 전달했고, 북측이 "30분만 시간을 달라" 고 해 7시30분부터 문구 조정에 들어갔다.

오후 9시쯤 회담 관계자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며 막판 진통을 알렸고, 심야절충에서 사실상 합의를 이루고도 문안 완성에는 훨씬 시간이 걸렸다.

◇합의문 뭐가 담겼나〓그동안 차질을 빚은 이산가족 일정이 다시 잡혔다.

올해 실시하려던 3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내년 2월 말에 1백명씩 하기로 했다.

또 지난 9, 10월에 하려던 생사.주소 확인은 내년 1, 2월에 1백명씩, 서신 교환은 내년 3월에 3백명을 실시한다.

한라산 관광단은 내년 3월에, 경제시찰단은 내년 상반기 실시로 늦춰 잡았다.

양측은 이른 시일 안에 경제협력추진위를 구성, 전력 지원과 경의선(京義線)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조성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북측이 막판까지 전력 문제에 매달린 것은 식량.에너지(전력).외화난 등 이른바 북한의 '3난(難)'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총발전량이 1백86억㎾h지만 낡은 송.배전 시설 때문에 손실률이 30%에 달해 실제 소비량은 인천시(1백16억㎾h)와 비슷한 수준인 1백24억㎾h라는 것.

◇문제점.대책〓과거보다 집중 협의를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주적(主敵)론' 과 전력 지원 문제로 시간에 쫓겨 막판에 합의문에 매달리는 구태를 보였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들의 기강 해이까지 가세해 문제를 드러냈다.

첫 회담이 열린 13일 밤부터 서울 상황실의 최고 책임자는 일찌감치 자리를 떴고, 일부 통일부 간부들은 술판을 벌여 취기가 오른 상태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전금진 단장의 회담 발언 내용에 대해 서울 상황실은 파악조차 하지 못했고, 언론의 확인 요청에 평양 상황실의 우리 관계자는 '북한 방송을 참고하라' 는 상식 밖의 발언을 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익명을 요구한 회담 전문가는 "정상회담 6개월이 지나면서 긴장도가 떨어진 회담 관계자를 대폭 교체해 내년 남북관계에 대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