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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국정쇄신 '빅4' 거취 고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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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 귀국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짜고 있는 국정쇄신의 핵심은 경제난 극복과 위기관리 능력강화다.

이 문제는 민주당.행정부.청와대의 인적 포진을 재정비하는 문제로 연결되며, 그 한복판에 '빅(Big)4' 가 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이한동(李漢東)총리.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대로 쓸지, 아니면 새 사람으로 바꿀지를 金대통령은 고심하고 있다. 고심은 분위기 쇄신이냐, 정책일관성쪽에 비중을 둘 것이냐에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4일 "당정개편의 중심은 당이 될 것" "(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반면 경제팀을 비롯한 내각은 공기업 등 4대 부문 개혁완료 시점인 내년 2월까지 유임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金대통령이 '순차적인 당정쇄신' 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올 연말 서영훈 대표를 비롯한 당의 면모를 바꾸고▶내년 2월 개각을 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는 "金대통령은 민심악화의 원인이 경제난이며, 4대 개혁이 이뤄지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어 개각은 미루는 쪽으로 기우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당정쇄신의 이미지 확보를 위해 당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참모는 "金대통령이 당의 시스템화를 강조하는 것은 당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인물을 새 대표로 고르겠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대표와 관련, 당 일각에서 거론하는 이홍구(李洪九).이수성(李壽成)전 총리는 '과거 정부 인사' 라는 점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력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김원기(金元基)고문 등이 부상하는 상황이다. '당의 시스템화론' 덕분이다.

그러나 김중권 위원의 경우 이인제(李仁濟).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 등 차기 경쟁자들의 반발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한동 총리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자민련과의 공조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는 게 청와대측 판단이다.

한광옥 실장은 '새 역할론' 이 나오고 있으나 유임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직자는 "韓실장이 청와대와 당, 내각의 조율사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임동원 원장은 교체 검토대상에 들어 있다. "국정원 기능이 남북관계쪽에 치우쳤다는 지적 때문" 이라고 여권 관계자가 밝혔다.

내치(內治)쪽의 정보수집 역량을 높이자는 주문이다. 그러나 "내년 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때까진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는 견해가 있어 金대통령이 어떤 결심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상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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