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경제정책] 대미수출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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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관은 비교적 명확하다. 작은 정부와 자유로운 민간경제다.

이는 대내적으로는 조세감면과 규제완화로,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으로 구체화할 것이다. 이같은 정책방향은 공화당 정부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는 클린턴 행정부 때에 비해 불리해질 것은 없다. 통상분야와 관련해 클린턴 행정부는 최근 노조.사회단체.비정부기구(NGO) 등의 영향으로 보호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공화당 정부의 개방주의적 경제정책은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미수출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그동안 노동.환경문제를 통상에 연계하며 뉴라운드 조기 출범에 소극적이었던 것에 비하면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뉴라운드 출범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짐 콜베 하원의원을 비롯, 부시 행정부 경제팀 입각 후보자의 대부분이 자유무역정책과 다자간체제 조기 출범 옹호론자들이다.

부시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신의 정책을 힘차게 밀고 나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정치.경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경제는 지금 10년 호황을 끝내고 둔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언제 '인플레이션 없는 고성장' 과 '신경제' 를 얘기했었느냐 싶을 정도로 경기는 하강하고 있고,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부시가 공약으로 내건 조세감면 조치가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다수 전문가는 조세감면 정책이 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 위험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10년간에 걸쳐 1조3천억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부시의 정책이 '확대재정 정책→인플레 위험 증가→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나리오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훗날 경기가 안정되는 단계에 가서나 감세조치를 논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서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경제상황 판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부시가 맞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은 국론분열이다. 지루한 개표과정을 통해 국론은 보수와 진보로 분열됐고, 의회도 사실상 두 조각 난 상황이라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경제정책도 자신의 의지대로 과감하게 밀고 나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아무리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이를 사회보장세의 축소와 개인연금 투자기회의 확대라는 수단으로 반영하고 싶어도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거나 적어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민주당이 버티고 있는 한 그런 제도개혁을 추진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사회보장세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둔 채 겉모습만 조금 바꾸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그의 자유무역 철학이 늘어나는 무역적자로 인해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막강한 미국이라 하더라도 하루에 10억달러씩 발생하는 무역적자를 계속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부시의 통상정책이 보호무역주의 쪽으로 변질되지는 않겠지만 농산물 등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그는 농업이 주요한 산업기반인 텍사스 출신이다)이 강화되고, 이로 인한 무역마찰이 야기될 수는 있을 것이다.

워싱턴=김정수 전문위원 겸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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