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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정권인수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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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에 비상이 걸렸다.

예산책정.인선 등 할일은 태산인데 개표 전쟁으로 30여일을 소진하는 바람에 시간이 태부족한 것이다.

새 정권이 물갈이할 수 있는 정치적 임명직은 모두 3천여 자리이며 이 가운데 1천명 정도는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인준이 필요없어도 연방수사국(FBI) 신원조회와 공직자 윤리처의 재산조사를 통과해야 하는 자리도 많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부시 진영이 임명 대상자들의 신청서류를 내면서 부실하게 기재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을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권인수 문제 전문가인 폴 라이트는 "부시의 첫번째 실수는 인선과 관련될 것" 이라고 전망한다.

상원의 인준도 간단치 않다. 최근 상원은 인준에 까다로워지고 있고 특히 점점 더 당파성을 보이고 있다.

대선 개표를 놓고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민주당이 인준과정을 지연시킴으로써 부시 행정부를 골탕 먹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 행정부는 취임 직후인 내년 2월에 기존 예산안을 조정해서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 집권 첫 해에 추진될 주요 공약들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예산안 작업에도 많은 시간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행정부의 데이비드 스톡맨 예산국장은 두달반이나 작업해 수정 예산안을 내놓았는데도 여러 허점을 막지 못해 막심한 연방적자를 초래하고 말았다.

부시 당선자의 첫해 성적표는 주요 선거공약을 얼마나 법안으로 구체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의석수에서 여야가 50대50으로 갈린 상원이 절벽처럼 버티고 있어 부시는 땀깨나 흘리게 됐다.

상원의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부시의 주요 법안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젊은 근로자들이 소득세 일부를 민간연금기금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나 저소득층 학교의 학부모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해 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에 대해선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부시는 민주당 내 보수주의자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 그는 낙태에서부터 납세에 이르기까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반대하고 공화당 편을 들었던 상.하원 의원 50명 정도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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