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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 "우담바라 소동, 불교계 자성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우담바라 꽃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불교계의 현재 모습은 너무 남루하다. 추하고 초라해져 가는 종단을 바라 보노라니 불조(佛祖.부처님)께 죄송스럽다…. '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이런 중노릇을 해야하고 이런 글을 써야하는 종단의 처지가 구차하다…. '

주간 '불교신문' 최근호에 실린 도법(사진)스님의 글이다. 전북 남원 실상사의 주지인 도법 스님은 생태환경운동단체와 귀농학교.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불교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조계종단의 중진. 그가 최근 일부 사찰에서 "신성한 상상의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 며 특별 법회를 열었던 일들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힘 있으면 우담바라, 힘 없으면 풀잠자리 알" 이라는 스님들의 자조 섞인 말을 인용, 최근 우담바라를 둘러싼 법석이 불교계내의 영향력있는 사찰에 의해 조장.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담바라 꽃 소식 이후 불교계가 보인 태도를 보면…그 어디에도 진실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과 세상을 기만하는 위선과 사찰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맹목적인 탐욕만 넘실대고 있었다. … 우담바라 꽃 사건은 포교와 경제의 이름으로 부처님 도량에서 비불교적인 행위인 점.사주.관상 따위를 자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조계종 지도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는 "늘상 입만 열면 종지, 종풍과 계율을 주장하던 분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종풍.계율의 정신이 짓밟히는데도 말 한마디 하지않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우다바라 문제를 묵과하는 집행부와 종회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끝으로 "문제들을 정리하지 않고 슬그머니 지나갈 경우 불신과 갈등이 증폭돼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우담바라 바람을 일으켜 불교계를 남루하게 한 중심에 종단의 일부 지도자가 있다.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겸허함이 있어야한다" 고 촉구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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