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의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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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8강전 2국] ○·저우루이양 5단 ●·이창호 9단

제8보(71~84)=생각은 순간마다 변한다. 이창호 9단의 ‘평상심’은 유명하지만(그래서 다른 이들의 변화 속도에 비해선 차원이 다르지만) 그 역시 변한다. 전보에서 거의 모든 이에게서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은 흑▲가 저쪽에 있다. 형세를 살피면 흑이 불안하다는데 흑▲가 바둑을 불리하게 만든 원흉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5의 강수가 등장했다. 검토실은 형세 만회를 위한 적극책을 기대하고 있었고, 그 마음을 읽은 듯 때맞춰 75가 등장했다. 76으로 차단할 때 77도 힘차다. 하지만 훗날 냉정하게 이 판을 연구한 프로들은 75를 가리켜 “득이 없었다”고 평했다. 76에 이어 80으로 밀리자 귀의 실리가 사라졌다. 그게 컸다는 것이다. 따라서 75보다는 좀 더 느릿한 접근이 적합했다는 것이다.

그게 어디냐. 박영훈 9단은 ‘참고도’ 흑1을 지목했다. A나 B도 비슷한 논리지만 흑1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했다(C의 곳은 D의 뒷문이 터져 있어 아직은 급하지 않다). 사실 실전 75보다는 ‘참고도’ 흑1이 이창호 9단의 승부 호흡에 잘 어울리는 수다. 하지만 75까지 간 것은 그 역시 흑▲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고 그 반작용이 75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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