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대비 분양가 ‘전국 최고’ 부·울·경 아파트 미분양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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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건설업체들이 지나치게 분양가격을 올리고 대형 평형 위주로 공급한 것이 무더기 미분양아파트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가 10일 발표한 ‘지역 미분양주택 추이 분석과 과제’에 나타난 내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울산지역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114만원으로 기존아파트 매매가격(532만원)의 2배가 넘는 209.4%였다.

매매가격 대비 분양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부산은 분양가가 854만원으로 매매가보다 57%나 비쌌고, 경남지역도 685만원으로 47.3%가 더 비쌌다.

이는 서울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서울은 분양가격이 1769만원으로 부울경 지역보다 훨씬 비싸지만, 기존아파트 매매가격(1830만원) 보다는 되레 61만원(3.3%)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는 분양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돌긴 했지만 차이는 20%에 불과했다.

영산대 부동산학과 심형석 교수는 “신규 아파트의 경우 내부인테리어와 주거여건이 기존아파트보다 나은 게 일반적이어서 분양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쌀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20%를 넘어서면 2~3년 뒤 매매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져 예비분양자들의 구매 의욕을 꺾어 놓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양가격이 매매가격보다 적은 서울의 경우 미분양아파트가 인구 1만명당 1.8가구에 불과한데 비해 울산은 63.9가구나 됐다. 인구 대비 미분양아파트 가구수가 전국 평균치(24.9가구)보다 2.6배나 높아 전국 최고수준이었다. 부산과 경남도 1만명당 미분양아파트가 25.8가구와 27가구로 전국평균을 웃돌았다.

또 미분양아파트가 많은 부울경 지역의 경우 분양물량 가운데 132㎡(40평형)이상의 큰 평형의 비중도 높았다. 울산의 경우 전체 분양아파트 물량의 41.4%가 132㎡이상의 대형이 차지했다. 부산도 이와 비슷한 40.3%였다.

소비성향이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서울에서도 이런 평형의 비중이 22.3%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경남의 경우 23.3%로 전국평균(26.1%)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현재 미분양아파트 수는 부산이 9200가구, 울산이 7106가구, 경남이 8698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은 1803가구에 불과했다.

영산대부동산연구소는 이처럼 부울경지역의 과다한 미분양아파트 해소책으로 “분양업체들은 5~25%선에서 분양가격을 할인하고, 정부는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주는게 바람직하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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